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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2017] 당연하지만 흔치 않은 제주 인심

이번 제주 여행은 후배가 지은 주방 겸 별장인 눌치재에 묵기로 했다.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담아 우리가 즐겨먹던 망개떡을 잠실에서 사서 갖고 갔다. (전에 후배가 요청했던 티벳버섯 유산균과 함께…)

수제 망개떡

공항에 내려 차량 렌트해서 후배의 집으로 갔다.

얼굴도 보고, 인사도 하고, 망개떡도 주고, 저녁시간이니 식사도 같이 하기 위해…

정확한 시간 언급 없이 저녁 즈음에 도착할 것이라고만 말했고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후배는 외출하고 집에 없었다.

이번 여행 중에 후배 커플을 만날 것이기는 하지만, 수제떡이라 며칠 둘 수도 없고, 말랑할 때 바로 먹어야 맛있어서 어찌 해야할까 고민하다 후배에게 물어보니 쿨하게 답을 한다.

”그냥 담벼락 위에다 올려놔주세요~~”

헐~~ 리얼리???

그렇게 올려놓으면 아무런 보안 장치도 없는 거고 누가 그냥 손만 뻗어서 가져가면 그만일텐데 그렇게 하라고?

나는 영 못미더워서 옆집 등에 맡길 곳이 없냐고 재차 물으니 이웃도 밖에 나가고 없어서 대신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그냥 담벼락 위에다 올려놓으면 될거란다… ㅋㅋㅋ

뭐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행기 타고 온건데 혹시라도 누군가가 가져가서 후배들이 맛보지 못한다면 많이 아쉬울텐데…

망개떡 포장을 담벼락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는데 저 옆에 어떤 우람한 아저씨가 우리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본다. 

나도 그 아저씨를 혹시~~ 라며 의심의 생각을 계속 한다.

‘우리가 가고 나서 저 아저씨가 이걸 슬쩍 가져가면 어쩌지? CCTV도 없는 것 같은데…’

어쨌든 망개떡 포장을 담벼락 위에 올려놓고 그 모습을 사진을 찍어 이렇게 올려놓았으니 잘 받으라고 후배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차를 돌려 눌치재로 향하는데 제주 밭의 돌담과 오후의 은은한 햇살이 너무 포근했다.

약 1시간 반 후에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망개떡과 유산균 잘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그 아저씨를 의심한 내 마음에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집안에 사람이 없어도 그냥 올려놓고 가도 문제없을거라는게 사람사는 동네 인심인데…

그게 당연한건데 언제부턴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것 같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길에서 누군가가 길을 물어보면 아는 척 하지 말고 그냥 모른다고 하고 그 자리를 떠라!!

누가 뭐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말고, 누가 먹을 것을 줘도 절대 받아 먹지 마라!

어른 없을 때 초인종 울리면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차라리 아무도 없는 척 해라!!

누군가는 시골 인심도 옛말이라고 하지만 이곳처럼 아직은 훈훈한 인심과 믿음이 남아있는 곳이 도처에 있는 것 같다.

제주 여행 처음부터 사람사는 냄새를 맡아서 기분 좋게 여행을 시작한다.

눌치재로 향하는 하늘이 기분 좋게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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