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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스타일의 극단적 변화

평생 중에 내가 한번이라도 과연 할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을 가졌던 세 가지 머리 스타일이 있다.

파마, 염색, 삭발

사실 나는 여기까지 생각했는데 아내와 아이가 이 세가지를 듣더니 각각 하나씩을 추가하는데 나는 정말 거기까지는 상상도 못해봤다. 그것을 추가해보면

변발 (일명 오랑캐 머리), 레게(파마)이다. 🙁

파마와 삭발은 아주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면 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삭발이 아니라 모태 민머리인 것 같다.
5살때 창경원 (당시는 창경원) 호랑이 앞에서 무서워서….

삭발은 아마 돌 무렵에 한 것 같고, 파마는 학교 들어가기 전 5~6살에 했을 것이다.

내 스타일에 아직 염색은 없었다. 🙂

사실 몇년전에 파마를 한 적이 있다. 스타일도 새롭고 좋았으나 다시 하기 귀찮아 파마가 풀어지고 나서는 다시 하지 않고 있다.

2016년 스웨덴 쿵스레덴 갔을때의 모습.

흰머리가 많아지면서 염색을 하는게 좋겠다는 제안은 몇번 들어봤으나 내가 의미한 염색은 그런 염색이 아닌 총 천연색 혹은 대한민국에서는 자연스럽지 않은 그런 염색을 의미한다. (노랑? 블루? 핑크?)

이번에 헤어스타일의 극단적 변화가 염색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염색도 아니고, 파마도 아니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이번에… 삭발을 했다. (이 말을 하려고 그렇게 말을 길게 끌었나…)

돌 무렵에 머리카락 잘 나라고 하는 삭발과 마흔 넘어서 하는 삭발은 전혀 비교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나도 내가 이 나이에 삭발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해봤다.

이유와 소감 등 삭발 후기를 간단히 살펴보자. (다 추억이거니…)

이유

  1. 매우 심한 원형탈모로 인해 전체적으로 모발의 하향 평준화를 위해서…
  2. 그 외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치기어린 반항(???)
  3. 인생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의 실현 (삭발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 ㅋㅋㅋ)

삭발하며 울지는 않았나?

TV나 영화 등에서 삭발하는 장면을 보면 우는 모습이 종종 보이길래 삭발 시에 뭔가 마음이 비장하고, 여러 복잡미묘한 기분이 눈물로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도 혹시 삭발을 한다고 호기어리게 미용실에 들어갔다가 막상 시작하기 전에 ‘저기요~~’ 라며 마음이 바뀌어 그냥 돌아 나오거나, 없던 일로 하고서 일반 커트를 하거나, 아니면 삭발을 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지 않을까 상상 아닌 상상을 해보았다. 근데 나는 나였다. 이런 면에 많이 둔감한 나.

가만히 나를 살펴보니 이런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머리카락 이라는 게 깎으면 다시 나지 않는 것이라면 결정도 보다 신중했을 것이고, 결정한 것을 실행하면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비장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고 했다지만 이런 가치관이 통용되는 사회도 시대도 아니고 그에 익숙한 나도 아니니 큰 의미 부여없이 그냥 덤덤한 마음으로 깎았다.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실 나름 특별한 경험을 하다는 생각이 기분이 조금 묘하기는 했다.

머리를 깎으며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참으로 어색해고, 지금도 거울을 보면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 ‘얘 누구니?’

머리를 깎고나서 변화

매우 맨들맨들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한 1mm정도 길이정도 될까? 소위 빳빳한 구두솔처럼 까슬까슬한 느낌이다. 

모자를 쓸 때 전에는 부드럽게 쓰윽 씌였는데, 이제는 부드럽게 씌여지지 않는다. 꺼슬꺼슬 마찰이 생긴다.

모자 뿐만이 아니라 옷을 입을 때도 마찬가지다.

머리를 감는 것은 이제 별도의 행위가 아니라 세수를 할 때 조금 더 넓게 세수를 하면 그게 머리까지 감는 것이 된다. 따라서 시간도 세수 시간에 수 초가 더 붙으면 된다.

세수를 할 때 가끔 헛갈린다. 이마 위쪽으로는 비누로 해야할까 샴푸로 해야할까…

머리 감는 것은 획기적으로 간편해졌지만 머리 말리는 것은 득실이 있다. 아까 모자나 옷처럼, 수건으로 머리를 닦을 때에는 꺼슬하니 마찰이 심하게 생기고 수건의 올이 그 짧은 머리에 얽히기도 하여 부드럽게 머리를 닦을 수는 없다. 물론 수건의 도움도 거의 필요치 않아 잠시 공기중에 있으면 어느 새인가 머리가 다 말라있다.

이때 또 고민이 생긴다. 로션을 얼굴에만 발라야하나, 이마 위쪽으로도 발라야하나…

삭발을 할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지금도 거울을 보고 낯선 모습에 살짝 놀랄 때가 있지만 이는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인 반면, 아내와 아이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아내는 모자를 쓴 내 모습에서 삭발을 예상했고, 모자를 벗어 드러나 처음보는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이 민둥 머리에 약 잘 발라서 어서 빨리 탈모를 다 개선시켜주겠단다. 내가 딱해보였나보다. 헐~~

딸랑구는 깜짝 놀랐다. 왜 그렇게 깎았냐고 가벼운 질책성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아빠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 같다. 나는 나를 보고 스님같다고 하는데 딸랑구는 ‘문어’라고 한다. 쩝…

겨울에 기온이 찬데 모자를 써도 머리가 시렵다. 머리카락이 주는 보온효과가 상당한가 보다.

회사에서는 아직 나의 맨머리를 본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자를 쓴 모습을 보고 짐작하는 것 같다. 모자를 써도 드러나는 귀와 뒤통수 부근에 머리카락이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얼핏 봐도 민 것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항상 모자를 쓰고 있는데, 집에서는 모자를 벗고 있다. 이렇게 맨머리로 있는게 그렇게 편하고 시원할 수가 없다.

이 맨머리에 익숙해져서 나중에 머리 길어지면 답답하다고 다시 깎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나도 다시 사춘기를 겪는 것 같다.

10대 때에 나는 그리 심하지 않게 사춘기가 지나간 것 같은데… 어찌보면 사춘기가 왔다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하게 지나간 것 같다. 그게 마냥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요즘이 나의 때늦은 사춘기인 것 같다.

이 시기를 질풍노도라고 해야할지, 질풍노도와 함께 온 질풍노화의 시기라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순수하게 삭발을 한 것이 아니라 탈모로 인한 핑계 겸 반항(?)적 삭발이라 무슨 피부병 나서 머리카락이 없는 것처럼 군데군데 땜빵이 보이기도 하고, 그리 잘생긴 외모나 두상이 아니어서 혹시라도 그 모습을 보고 트라우마가 남을 분들을 고려하여 맨머리 모습은 이곳에 올리지 않는다. (휴~~)

요즘은 정말 머리카락 하나, 손톱 하나 내 몸에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바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평소에 아끼고 잘 보전해야겠다.

P.S> 완전 대머리로 삭발을 하는 것도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며칠 민머리로 있어보니 이게 아주 홀가분하고 편하다. 적당히 자라면 또 깎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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