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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산맥 필사 (2018-05-01) – #15

오랜만에 다시 쓰려니 느낌이 새롭다.

종종 느끼는 것인데 지금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결코 자연스럽고 당연하지 않은 것일 수가 있다.

가령 밤에 자는 것, 두발로 걸어서 마트를 가는 것,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 세끼 밥 씹어 먹는 것, 사과 우적우적 씹어먹는 것, 책 보는 것, 이렇게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는 것 등이 결코 당연하지 않고 엄청난 노력을 요하는 것으로 어떤 이는 이것들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의향이 있을 수도 있겠다.

장인어른께서 노환으로 좀 편찮으신데 얼마전에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주 고생을 하셨다. 당시에 당신께서 하신 말씀이 소변을 볼 수만 있으면 이 세상 더 바랄게 없다고 하셨다.

이렇게 책을 필사하고, 못쓰는 글씨나마 이렇게 쓸 수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쓰니까 이나마 쓰는 것이다. 이것도 안쓰면 이나마도 못쓰게 될 것이다. 직선을 직선으로 내리긋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이응을 적당한 크기의 이응으로 둥글게 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매일매일 조금씩이나마 이렇게 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매사가 즐겁다. 나는 오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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