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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우일보] 2022년 6월 16일 (2일차)

본래 아침에는 골프 연습을 한다.

작년(2021년) 여름부터 골프를 시작했는데 그때 연습장 1년 이용권과 레슨 36회를 패키지로 같이 끊었다.

이제 약 1달 반이 지나면 1년이 된다. (수업은 3회 남았다. 수업은 한 회에 20분)

나는 새벽형 인간임을 전에도 얘기했는데, 나는 새벽이 좋다.

새벽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정을 잡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래서 골프 연습을 아침, 어찌보면 새벽에 했었다.

아침 6시 경에 연습장에 가서 한시간 연습을 하고 와서 출근 준비를 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와 핑계로 산책, 걷기는 등한시 했었다.

그러다가 이날은 골프 연습을 하다가 이보다는 걷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을 30분만에 중단하고 중앙공원으로 갔다.

물론 골프 연습을 마무리 짓고 산책을 이어서 해도 되었겠지만, 내게 맞는 운동은 골프라기 보다는 걷는 것으로 확신을 했고, 그래서 미련없이 골프를 중단하고 산책을 한 것이다.

중앙공원 언덕길이 주는 상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전에는 힘들지 않은 길이었는데 조금 힘이 든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나는 참으로 오랜만인데 꾸준히 지속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서로 인사를 하지는 않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그중 인상 깊은 분은 두분이 있다.

한분은 60쯤 되어보이는 중년인데 아주 관리를 잘 하신 듯 몸이 탄탄한 남성분으로 중앙공원 언덕길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계속 달리신다. 한 300미터 거리를 왔다 갔다 계속 반복을 하신다. 그냥 달리는 것은 아니고 휴대폰을 손에 들고 뛰시는데, 휴대폰의 스피커로 라디오인지, 팟캐스트인지를 크게 틀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들리게 해놓고 달리신다.

작년에도 같은 모습, 같은 속도, 같은 패션으로 달리기를 하시더니 전혀 변함이 없다. 나는 쉬는 동안 계속해서 달리시지 않았나 싶다. 대단하신 분이다.

또다른 분은 개인이 아니고 가족인 것 같은데 세부자이다. 아저씨는 내 나이 또래의 중년이고, 고등학생 1학년 정도로 보이는 아들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둘째 아들과 함께 산책을 한다.

이 가족이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부러운 가족이다.

아침이다. 이른 아침이다. 놀이공원도 아니고 동네 공원, 그것도 언덕이다. 5~6살도 아니고 10대 청소년, 그것도 딸도 아니고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명이 아니고 아들 둘이…

그 아저씨는 참 복 받은 분이고, 덕을 많이 쌓지 않았나 싶다.

인상적인 것은 작년에도 이렇게 세부자가 산책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와 같은 것이 있고, 다른 것이 있다.

같은 것은 아버지와 큰 아들은 앞에서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긍정적인 표정으로 산책을 하고, 둘째 아들은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한다는 표정을 팍팍내고, 어깨는 축 처져있고, 발 걸음을 팔자로, 손은 잠바 주머니에 넣은 채로 어그적어그적 한참 뒤에서 아버지와 형을 따라 간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작년에는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귀여운 모습이 더 많았는데, 큰 아들과 둘째아들 모두 작년과는 키도 훌쩍 컸고, 얼굴에 여드름도 있는게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나 사춘기에요~~ 라는게 얼굴에 더 팍팍 드러나게 변했다. 헤어스타일도 보다 개성적으로 바뀌었고…)

어쨌든 이 복받은 아저씨는 아들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인생의 활력과 삶의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같이 걷고, 같이 얘기를 해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밥 먹었니? 학교 잘 다니니? 공부는 할만하고? 기왕에 하는 거 열심히 하렴… 이런 말은 대화가 아니지…

내가 아이들에게 산책을 하자고 하면 아마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 힘든 것을 할 바에는 차라리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할테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게 친구이지 현재는 가족모임은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이렇게 오전에 중앙공원 산책을 하고 출근을 했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일을 마무리하고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산책이 너무 좋았어서 다시 중앙공원으로 향했다.

오전과 오후의 얼굴들은 달라졌다. 동네 주민도 있고, 근교에서 놀러오신 분들도 있고, 벤치에 앉아서 오래 쉬시는 분들도 있고, 개와 함께 거니시는 분들도 있고, 운동기구에서 반복적으로 관절을 펴는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중앙공원 언덕길은 남북으로 관통되어있는데 한 번 왕복을 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 두 번 왕복을 하니 몸에 땀이 가득하다.

이렇게 오전과 오후에 산책을 하니 어제보다 걸음수가 많이 늘었다.

걸음수와 시간은 상관관계가 있다.

보통 의식하지 않고 걸으면 1초에 2걸음을 얻는다. 조금 빠른 걸음이다.

1초에 2걸음이면, 1분(60초)이면 120걸음인데, 20걸음 제하면 1분에 100걸음이라고 생각하면 대략 맞는다.

즉, 10,000 걸음을 걸으려면 100분(1시간 40분)을 걸어야한다.

이렇게 보면 하루에 10,000 걸음을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출퇴근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어느정도는 커버되겠지만 그렇지 않거나, 출근을 하지 않는 주말이면 1시간 40분 시간을 내서 걷기란 쉽지가 않다.

나도 작년, 올해에 걷지 않을 때, 특히 주말에 몇걸음이나 걸었는지 보면 하루에 500 걸음을 걷지 않을때도 많다.

사람은 걸어야한다. 다른 동물과 다른 사람의 특징이 직립보행이지 않는가.

걸어야 산다. 걸어야 건강하게 산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하거나, 눕게 된다.

걷는게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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