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광화문 촛불집회 (2월 5일)
오전에는 자전거 타고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광화문 제 14차 촛불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계속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여러 집안일들로 인해서 참석할 수가 없었다. (변명 아닌 변명)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주변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오가는데 번거롭고, 춥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곳에 가서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그 어떤 전율과 뭉클함을 느꼈다고도 한다.
변명 아닌 변명을 대며 나하나쯤, 이렇게 날씨도 안좋은데, 이렇게 기온도 낮은데 등 이유를 대며 참석을 안하기도 하고, 참석을 안해도 되기는 하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여 큰 결과를 나을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우리 모두의 몫이 될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처음 참석하는 촛불집회… 살짝 불안하기도 하고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집사람과 둘이서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참석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함께 가자고 권유했으나 아이들은 별로 호응을 하지 않아 저녁을 간단히 차려주고 아내와 나 둘이서 출발을 했다.
분당구청 앞에서 8100을 타고 출발했으나 출발 2분만에 차량이 이상하다고 다른 차로 갈아타라는 기사님 말씀을 듣고 바로 내려서 판교 백화점 앞까지 걸어서 8110으로 갈아타고 종로2가로 갔다.
집에서 출발한게 오후 4시 30분 경이고, 버스 문제로 걸어서 이동하고, 버스 기다리고, 서울까지 가는데 시간은 걸리고 해서 종각에 도착하니 배가 출출해져서 집회도 중요하지만 일단 뭘 먹어야 기운이 나서 늦게까지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뭘 먹을까 메뉴를 골랐다.
그러다가 갑자기 곱창집이 보여서 그냥 무작정 들어갔다. (뭐야? 촛불집회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맛집 포스팅으로 바뀌는 분위기?)
우리가 들어갈때만 해도 식당 안에 사람들도 별로 없었는데 우리 들어가고 나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식당이 꽉 찼다.
누구나 그런 생각들 하지 않나? 우리가 가는 집은 그 뒤로 항상 사람이 몰려~~. 우리가 복덩어리야~~ 라는 생각… ㅋㅋㅋ
일단 맛집 포스팅을 좀 하면… 모듬곱창으로 주문을 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무척 비쌌는데 아이들 없이 아내와 둘이 하는 데이트에 그정도 비용은 낼만하지~~ 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주문을 했다.
사진에는 없는데 사실 아내와 함께 청하도 한병 마셔서 적당히 얼큰하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배도 든든해져서 곱창집을 나왔다.
이제 제대로 촛불집회에 참석하러 간다! 🙂
사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광화문에 갈때 기분이나 느낌이 장난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게 살짝 가볍게 다가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점점 광화문에 가까이 갈 수록 저절로 진중해지고 진지해지는 나와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다.
광화문에 모인 수많은 인파들의 모임과 모습, 함성, 촛불은 절로 우리를 그속에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표정에서 장난스러움은 사라지고 진지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집회의 분위기가 사뭇 비장하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 분명히 축제적인 요소도 다분히 갖고 있지만 그 무게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어느 가수의 노래가 울려퍼졌고, 구호는 하나로 크게 울려퍼졌으며 촛불은 밝게 비쳤다.
신호에 맞춰 촛불 파도타기도 이루어졌고, 그 순간은 그 안에 있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공연을 마치고 촛불을 든 우리는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2월에는 탄핵하라! 촛불의 명령이다!’
합법적인 범위안에서 평화적으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여 국민의 뜻을 한목소리로 크게 전달하고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사실 처음에 광화문에 갔을때 많은 유인물과 쓰레기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브러져있는 것을 보고 뉴스에서 접한 깨끗함과 거리가 있어 조금 실망을 하기도 했는데, 행진 후에 다시 광화문 앞 광장에 와보니 정말 아무도 모여있지 않았던 것처럼 광장은 깨끗했고 쓰레기가 하나도 없어 깜짝 놀랐다.
우리가 행진을 하는 동안 행진을 하지 않고 광장에 남아있던 분들이 뒷정리를 한 것이다.
성군이신 세종대왕과 성웅이신 이순신 장군께선 이 암울한 현실을 어떤 마음으로 보고 계실지…
집회는 9시까지였는지 그 시간이 되자 통제되었던 도로도 개통이 되고 사람들도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들은 매우 많이 모여있었고 어디론가 우르르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동 중에 경찰의 고참인 듯한 분의 이런 말이 들렸다.
”한쪽으로 비켜서 이동해! 시민들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고!!”
아내도 고생하는 경찰들을 보며 ‘저들은 무슨 잘못이야… 얘네들도 참 고생한다.’ 라고 하더라…
투표 잘못해서 참 여럿 고생한다.
나이 먹을 수록 식견이 생겨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이 먹을 수록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맛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식견과 지혜를 키워가야겠다. 후임들에게 욕먹지 않고 모두를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광화문에서 종로2가까지 걸어와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35만명 정도 모였다고 하던데 날도 그리 춥지 않았고, 날이 추웠어도 그 안의 열기로 추위가 범접을 못했을 것 같은 뜨겁고 가슴 뭉클한 집회였다.
이제야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함에 한편으로 반성도 하고, 이제라도 참석함에 뿌듯함도 느낀다.
집회 데이트도 좋은 데이트 방법인 것 같다.
다음에는 아이들도 데리고 함께 참여해야겠다.
어서 이 어수선한 정국이 ‘제대로’ 마무리 되어 여럿 고생하지 말고 올바른 길로 제대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대통령이 바뀐 미국은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0년정도 일찍 경험한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될까?
웃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