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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걷기여행 2017] 5일차 (다시올께 제주~)

날짜: 2017년 7월 14일 (금요일)

벌써 여행의 마지막 날이구나.

처음 일정과 달리 눌치재에서 여행의 마무리를 할 줄이야. 어제 하루 눌치재에서 신선놀음을 했더니 발이 많이 편해졌다. 어제는 전혀 걸을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굼뜨기는해도 걸을만하다.

오늘의 목적지는 제주공항인데 여기에서 공항까지 어떻게 갈지 노선과 탈 것의 일정을 확인해야한다. 예전 경험에 의하면 제주는 서울이나 수도권 같지 않아 노선에 따라 하루에 버스가 한두번만 운행하는 경우도 많고, 평일에만 운행하고 주말에는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할때에는 시간을 미리 잘 확인해야한다.

지도앱에서 확인하니 근처에 버스 타는 곳이 있다는데 지도앱 정보가 조금 잘못되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침에 직접 답사를 가본다.

근처에 시내버스종점 버스정류장이 있다. 이곳에서 73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이곳은 서귀동문R과 남원 사이이다. 공항에서 비행기 출발 전에 넉넉히 도착해야하니 오전 10시쯤에 눌치재에서 나오면 되겠다.
버스 정류장에서 바라본 위미리 풍경. 저 멀리 한라산도 보인다. 조용하고 편안한 제주 위미리…
가져온 식량이 많이 남았다. 연료도 얼마 쓰지 않았다. 발 상태도 안좋은데 무겁게 갖고 가기보다 그냥 눌치재에 버리고(?. ㅋㅋㅋ) 가기로 했다. 키친 테이블에 이렇게 잘 놓고 왔다. 한줌견과부터 참치, 번데기, 스팸, 라면 등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후에 눌치재 쥔장들로부터 맛있게 잘 먹겠다고 연락이 왔다.
버스 시간에 맞춰 배낭을 메고 나왔다. 무게도 줄어서그런지 이제 제법 걸을만하다.
편안함과 활력을 안겨주었던 고마운 눌치재. 이번에도 옥상에는 못올라가보았네…
다시 올께 위미리~~ 🙂

730번 버스는 정시에 도착해 타고 출발했다. 교래를 거쳐 제주시쪽으로 가고, 지도앱에 의하면 탐라장애인 종합복지관 정류장에서 공항가는 시내버스로 환승하라고 했다.

버스는 새로 노선 훈련을 받는 새로운 기사분이 운전을 하셨고, 바로 옆에서 고참 운전사가 주의할 점을 하나씩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디에선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버스에 타셨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경로우대증을 보여주시는데 얼굴 부분이 손가락에 가려 잘 보이지 않자 고참 운전기사가 얼굴부분이 잘 보이게 보여주세요~~ 라고 요청했더니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언성을 높이시며 나를 뭘로보고 나를 의심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고참 운전기사가 의심하는게 아니고 얼굴 부분이 잘 안보이니 그 부분 보이게 해달라는건데 뭘 그걸 갖고 그러냐니 그 할아버지가 더 고함을 지르시며 쌍욕을 했다.

며칠 전 정자에서 반찬고를 잘못찾아왔다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던 제주 토박이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운전기사도 욕을 들으니 화가 나서 욕까지는 아니어도 서로 말이 거칠어지고 꽤 오래 말로 투닥거리다가 조용해졌다. 그러다가 한 10분쯤 지났을까 그 할아버지가 갑자기 악수를 청하시더니 내가 미안했수다~ 라고 사과를 하신다. 

섬이라 그런가… 이 일화를 갖고 전체로 일반화하면 안되겠지만, 성정이 불꽃과 같다. 쉽게 확 피어올랐다가 금세 사그러진다. 익숙치 않은 불꽃과 같은 열정(?)을 예상치 못한 버스안에서 겪어보았다.

어쨌든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버스는 편안하게 계속 달렸다.

제주탐라장애인 종합복지관 정류장에 내려 버스를 기다리다가 제주까지 왔는데 뭐라도 사가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났고, 비행기 시간까지는 꽤 여유가 있어 근처 오메기떡집에서 오메기 떡이라도 사기로 결정했다.

오메기떡은 지난 2014년 배낭여행을 왔을때 처음 우연히 접해보았다. 공항에서 동문시장쪽으로 쭉 걷다가 우연히 본 어느 떡집에서 처음 이름 들어본 오메기떡을 샀는데 그 맛에 반한 것이다. 그 이후로 제주를 오면 오메기떡은 꼭 사먹는다. 마침 다음날인 주말에 처가 식구들과 가평으로 가족여행을 가기로 해서 그때 같이 먹을 겸 오메기떡을 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 배낭여행때 사먹었던 오메기떡. 당시 찍은 사진이다.
속에는 팥앙금, 가운데에는 쑥, 겉에는 통팥으로 되어있는 독특한 떡이 오메기떡이다.
2014년 제주여행때 우연히 만나 단골이 된 용문떡방.

이곳이 나의 단골떡집인데 제주 탐라장애인 복지관 옆에서는 꽤 떨어져있고 (물론 공항가는 길목이 있기는 한데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너무 한참 후에 있었다.) 검색해보니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떡집이 있어서 그곳에서 사기로 했다. 50개 세트로 되어있는 오메기떡 두 세트를 사서 하나는 본가로 보내고, 하나는 내가 직접 들고 가기로 했다. 참고로 제주공항 내에서도 오메기떡을 팔기는 하는데 그걸 사본 적은 없다. 맛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아마 포장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떡을 사서 버스를 타고 공항에 와 짐을 맡기니 마음이 한가하다. 첫날 와서 기대, 설레임, 우려가 섞인 상태로 여행했을 때가 생각나고, 계획대로 여행이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이것도 여행의 묘미라는 위안 등이 뒤섞인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서… 살이 좀 빠졌나…?

집에 도착해 잘 걷지 못하는 나를 보고 가족들이 깜짝 놀란다. 즐겁게 건강히 좋은 것 많이 보고 원없이 여행하고 오랬더니 왜 절뚝거리며 들어오냐고 질책을 한다. 힝… (잘못했어요~~)

발바닥을 보여주니 기겁을 한다. ㅋㅋㅋ

저 부분은 며칠 후에 말라 굳은살이 되어 훌훌 벗겨졌다. 매미 허물 벗듯이 후련하게(?) 떨어졌다.

아내가 입으론 타박하면서 손으로 저렇게 처방을 해주었다. 연고 바르고 밴드 붙이고 거즈로 꽁꽁 싸매주었다. 이렇게 하루가 또 지나니 가뿐하게 사뿐사뿐 걸을 수 있었다~~ 땡큐~~ 고마우이~~

야심차게(?) 출발했던 나의 2017년 제주 올레길 걷기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번에 걷기 마무리를 했던 한림항 물회집에서부터 조만간 다시 걷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때에는 짐도 가볍게, 신발도 워킹화로, 비상약도 준비하고, 발톱도 깔끔히 깎고 제주로 갈 것이다.

여행은 막상 여행을 하고 있을때에도, 계획 할 때도, 준비할 때도, 여행 후 기억할때도 모두 즐겁다.

나의 여행은 계속된다.

좌충우돌 방만했던 2017년 제주 배낭여행 올레길 걷기 끝!


제주 올레 여행기 보기

  1. 들어가며
  2. 1일차 (공항 -> 도두봉 전)
  3. 2일차 (도두봉 전 -> 곽지과물) (1/2)
  4. 2일차 (도두봉 전 -> 곽지과물) (2/2)
  5. 3일차 (곽지과물 -> 한림항)
  6. 4일차 (눌치재에서 신선놀음)
  7. 5일차 (집으로… 다시 올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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