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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설악산 (2019년 9월 21일) 오색, 대청봉, 공룡능선, 마등령, 비선대, 설악동 완주

이제 어둠은 걷히고 서서히 동녘이 밝아오는데 운무로 인하여 설악산 절경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설악동까지 내려가는 동안 계속 이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주중에 날씨가 더할나위없이 좋았는데 내가 산에 간다고 하니 없던 태풍 (17호 태풍 타파)도 갑자기 만들어져 맑은 하늘을 가려버리나…

내가 어디를 가면 항상 날씨가 안좋았다. 휴… 특히, 산에 가면….

동녘이 밝아오는데 일출은 커녕 주변 경관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설악산 운무를 보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다…
전체가 구름이었다가 순식간에 구름이 걷히고 설악산 암봉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중청을 지나 이제 희운각 대피소를 향해 내려간다.
이 모습을 보고 설악산을 올해에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려온 대청봉, 중청, 소청을 뒤돌아본다. 정상에서부터 서서히 단풍이 내려오고 있다.

계속되는 내리막을 걸으며 눈 앞에 펼쳐지는 절경을 생생히 감상한다. 저 멀리 울산바위도 보이고, 그 앞의 빽빽한 고봉들을 감탄하며 바라본다. 설악은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주변의 절경을 넋을 잃고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반더룽 산악회 산행에 동참한 것인데 배낭에 단 산악회 마크를 보고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일행 분이 인사를 해주셔서 이곳에서부터 같이 걸었다. 그 분도 엄청난 등산 매니아이신 듯 하다.

대청봉에서 내려오신 분들, 대청봉으로 올라가시는 분들이 모여 언제나 북적거리는 희운각 대피소. 나는 아침을 중청 대피소에서 먹어서 이곳에서는 몸속의 물을 빼고, 물만 마시고 바로 일어섰다.
작년에는 양폭대피소 쪽, 즉 천불동 계곡 쪽으로 내려갔지만 이번에는 공룡능선 (마등령 삼거리 쪽)을 탈 예정이다. 지도를 보니 계속 최상의 난이도라고 알려준다. 후덜덜덜…

희운각 대피소에서 만난 또 다른 분까지 해서 나까지 총 세명이 일행이 되어 공룡능선을 타기로 했다.

공룡능선은 공룡의 등처럼 봉우리가 오르락 내리락한다고 하여 공룡능선이라 하고, 최고의 난이도와 절경을 보여주는 설악산 최고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어느 분 말에 의하면 오전 8시 경에는 공룡능선 입구에 도달해야 설악동 집결지에 오후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희운각 대피소를 출발한 게 오전 7시 25분 경이니 시간 상으로 충분할 것 같다.

호기롭게 세 명이 바로 출발해서 가다보니 바로 공룡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다른 두 분은 그냥 지나쳐가고 나는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자 했다. 작년에 왔을 때는 힘들어서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지 않아 이번에 찍고자 하는 마음이 작용했다.

전망대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는데 손에 잡은 등산스틱이 손을 빠져나가 전망대 난간에 떨어져서는 저 밑으로 떨어져버렸다. 헐…

한 5m 아래이고 우회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아 이대로 등산스틱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두분을 쫒아 가려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저 옆으로 가면 스틱을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꽤 오래된 스틱이고 이제 몇 군데 고장이 나서 높이 조절/고정도 잘 안되어 이번 등산 후에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서 미련은 없었는데, 공룡 능선은 험한 코스이니 스틱이 있는게 좋을 것 같아 그 아저씨 조언을 따라 스틱을 찾기로 했다.

등산로를 벗어서 좀 가파른 경사를 나무와 바위를 헤치고 힘겹게 스틱을 찾아 나섰다. 일행분들은 저 앞에 갔으니 어쩌면 오늘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 내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지 의아해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발은 미끄러워 혹시 잘못하다가는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어 긴장이 되었다. 힘겹게 아까 있던 전망대 아래로 가서 발을 뻗어 스틱을 손에 넣었다. 환호성을 내었다. 왔던 길을 돌아 다시 미끄러지며 나무를 헤치고 허리를 숙이며 다시 등산로로 진입했다. 등산 스틱을 손에 잡고 그 분들이 갔던 곳으로 부지런히 가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앗! 안경이 없다!!! 헐…

다시 스틱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데 마음은 급하고, 길은 험하고 미끄럽고, 혹시 이러다가 사고가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틱이 있던 곳까지 가서 여기저기 찾아보는데 안경이 안보인다. 8시까지 공룡능선 입구에 가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정보도 생각이 나고 더 찾는게 위험할 것 같아 과감히 포기를 한다.

이럴 때 마음의 위안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를 위해 고사성어가 있지 않을까? ‘새옹지마…’

스틱을 놓친게 해가 될 줄 어찌 아는가? 안경을 잃은게 해인지 복인지 어찌 아는가?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마음이 쓰리다… 내 안경~~~

어찌 안경이 벗겨지는 것도 모른단 말인가? 어찌 안경을 안썼을 때 안 썼다는 것을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가?

이렇게 안경을 잃어버린게 두번 째다. 2016년에 스웨덴 쿵스레덴 갔을 때에도 어디서, 언제 안경을 떨어뜨렸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때 한국에 돌아와 맞춘 안경이 이번에 잃어버린 안경이다. 안경은 좋은 걸로 해야한다고 해서 매우 비싸고 좋은 걸로 했는데… 쩝…

자연에서 경치를 볼 때 안경을 안 써도 큰 지장이 없기에 등산을 하는 것도 별 무리는 없었다.

계속 안경에 신경을 쓸 수 없어 과감히 포기하고 서둘러 두분을 따라 공룡능선으로 간다.

안경을 잃고 건진 공룡능선의 모습…
안경을 잃고 건진 공룡능선의 모습…
공룡능선으로 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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