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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관악산 (2019년 3월 31일)

2019년 들어 네번째 산행이다.

  1. 광교산
  2. 청계산
  3. 분당 불곡산
  4. 관악산 (이번 글)

사실 3/30 토요일에 등산 가려고 눈 뜨자 마자 등산복으로 차려입고 밖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게 아닌가… 거기에 회사 업무도 갑자기 생겨 토요일은 출근도 했다. 하마터면 일요일도 출근할 뻔 했는데 토요일 저녁에 일이 극적으로 마무리되어 일요일은 쉴 수 있게 되었다.

쉰다는게 산을 가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

일요일에 눈을 떠 밖을 보니 비는 오지 않지만 하늘에 구름이 짙고 바람이 불고 온도가 꽤 내려가 있다. 그동안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때 나가면 몸은 고생이지만, 마음은 뿌듯하고, 안나가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후회한다.

그래서, 몇번의 갈등이 있었지만 등산복을 차려입고, 배낭에 물과 간식을 주섬주섬 넣고 집을 나섰다.

역시 시작이 반!!

오늘의 목적지는 관악산이다.

관악산은 여러번 갔었다. 서울대학교 옆에 있는 정식 등산로를 통해 가기도 하고, 서울대 공대 뒤편으로 올라도 가고, 과천을 들머리로도 갔었다. 가장 많이 오른 코스는 사당역을 들머리로 오른 것이다.

지금 사는 분당에서 그나마 가기 편한 곳이 사당이라 사당을 들머리로 오르기로 하고, 1500-2 를 타기 위해 서현까지 걸어간다. (후에 찾아보니 집 근처 롯데백화점 건너편에서 7007-1 광역버스를 타면 사당역까지 간다. 다음에는 그걸 이용해야겠다. 괜히 멀리까지 걸어갔다.)

분당 서현에서 1500-2 버스를 기다리며…

전에 살았던 사당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근데, 사당역은 언제나 사람이 많고, 복잡하고, 좀 지저분하기도 하다. 사당역에 내려 관악산 들머리로 가는 길이 꽤 쌀쌀하다. 옷을 더 입고 와야했나 후회가 된다.

사당역에서 10분쯤 걸어올라가면 들머리가 나온다.

이 길로 한 6~7번은 관악산을 올랐을 것이다.

구름 많고, 바람 불고, 기온은 서늘한데도 봄은 봄이다. 매화, 진달래가 피고 있다.

관악구에는 서울대와 낙성대가 있다는 우스개가 있는데, 낙성대는 대학교가 아니고 고려 명장 강감찬의 탄생설화와 연관이 있다.

나무위키를 보면 강감찬 장군의 출생지는 고려 양광도 금주 낙성대 (현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로 씌여져있다.

태어날 때 문곡성(文曲星)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설화가 있는 걸로 유명한데, 문곡성은 북두칠성(혹은 음양가에서 길흉을 점칠 때 쓰는 9성)의 네 번째 별로 문(文)과 재물을 관장하는 별이다. 그래서 그가 태어난 생가 이름이 낙성대(落星垈)이다

전에는 없던 서울시 테마산책길, 강감찬 길이 생겼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강화나들길 등 전국적으로 걷기 열풍이 불면서 여러 길이 구성되었고, 여기 관악산도 서울둘레길의 일부를 차지하나보다. 공사가 된지 얼마 안되었는지 정비의 흔적이 남아있다.

등산을 할 때에는 초반에는 몸이 적응이 안되었기 때문에 자주 쉬어야한단다. 여기 들머리는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바로 오르막이 시작되어 꽤 힘들다. 이렇게 한 20분 쯤을 걸어 오르면 선유천 약수터가 나와 가쁜 숨을 쉬어갈 수 있다. 사당 관악산 코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선유천 약수터 벤치에 앉으면 어찌나 반가운지…

날이 흐려서 그런지 그리 많은 분이 계시진 않았다. 벤치와 각종 운동기구가 있는 선유천 약수터

선유천 약수터 벤치에 앉아있으면 보이는 봉우리. 한번도 안가봤는데 다음에는 저기도 가봐야겠다.

전에는 이곳에서 물도 떠 마셨는데, 약수터는 추억이 되었다.

선유천 약수터를 지나 5분만 오르면 평평한 능선이 나타나서 이제부터는 그리 힘들지 않다.

들머리 초입에는 진달래, 매화가 피었는데, 고도가 올라갈 수록 기후는 점점 겨울로 변했고, 꽃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언덕을 힘들게 오르다가 능선이 나오면 콧노래가 나온다. 터덜터덜 능선을 걷는 맛이 참으로 유쾌하다.

옛 나무안내판이 그대로 있다. 사당역에서 연주대 정상까지 5km 밖에 안되는구나…

가다가 보니 시야가 트여 전에 오른 청계산도 보이고…

이 위에 어떻게 이런 바위가 이렇게 자리하고 있단 말인가… 이 바위는 하마바위란다.

이 바위는 영락없는 공룡 얼굴이다. 눈 코 입 완벽하다. 크롱 바위라고 할까???

관악산 정상, 고지가 저~~~~~ 멀리 보인다~~~

서울대

산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저런 곳에서 우리가 숨쉬며 살고 있다고…???

사당에서 오르는 코스는 이런 기암괴석을 보고, 밟고 걷는 능선길이다.

관악산은 경기 5악(개성 송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 가평 화악산, 과천 관악산)의 하나로 ‘은 큰 산 악으로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험하다고 알려져있다.

관악산은 서울 남쪽에 자리하고 있어 서울에서도, 경기에서도 잘 보이고 그 웅장한 산세가 ‘불’의 모습을 담고 있어 화기가 있다고 풍수지리에서 얘기하고 있단다. 등산할 때마다 쉽지 않은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최근 등산을 자주 한 영향도 있겠지만, 많은 공사를 통해 계단 등이 곳곳에 새로 생겨 등산이 훨씬 편해진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예전에는 밧줄을 잡고 오르거나, 내려가는 아슬아슬한 구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우회로로 돌아가도록 안내하는 것 같다.

사당에서 정상인 연주대까지 5km 밖에 안 떨어져있는 점도 그렇고, 최초 선유천까지 힘들고 그 다음부터는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걷는 구간도 그렇고, 이번 관악산 등산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정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는 한데, 저기까지 올라야한다고???

어제 도시에는 비가 내렸는데, 이곳에는 싸락눈이 내렸나보다. 고지가 올라갈 수록 확연히 겨울이 느껴진다.

겨울의 모습이라 좀 을씨년스러운데, 관악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볼 거리가 많은 명산이다.

늦은 가을, 혹은 겨울의 정취가 느껴진다. 밧줄 잡고 올라가는 빠른 코스로 가지 않고, 관악사지 쪽으로 빙~~ 돌아간다.

옛 관악사 터에 새로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위에 연주암도 있고, 관악사도 있게 되는구나.

관악산의 상징인 축구공 모양 기상관측소, 방송 송신탑, 연주대, 그리고 관악사

관악사지부터 마지막 정상까지는 끊임없는 계단, 계단, 계단. 허벅지 좀 아파야 도착한다.

올해는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자비가 주말과 겹쳤다. (부처님 오신날이 일요일이다. 🙁 )

너무 상업적인 종교는 싫은데…

묘하다. 청계산에서 이곳 관악산을 보면 그토록 높고 웅장해보이는데, 여기 관악산에서 보는 청계산은 더 높고 웅장해보인다. 확실히 남의 떡이 더 커보이나보다.

볼 때마다 놀랍다. 어떻게 저런 곳에 암자를 지을 수 있고, 유지가 된단 말인가… 이곳이 연주암이다. 참 절경이다…

다 왔다. 모두가 관악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찍을 때 나 혼자 에펠탑을 닮은 방송 송신탑을 찍는다.

이곳에서 이 바위를 볼 때마다 이 바위가 이곳에 있음에 놀라고, 높이가 629미터 밖에 안된다는 것에 놀란다.

이곳에 오면 항상 꼭대기 바위에 올라 평평한 곳에 앉아 잠시 땀을 식히며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정상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저 아래에 연주암이 보인다. 올라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가 연주암으로 간다. 부처님 오신날 까지는 아직 1달도 더 남았는데, 벌써 그날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알록달록…. 춘계 삼천배 철야정진기도가 써있다. 삼천배를 안쉬고 하는 걸까…??? 휴…

건물을 둘러보다가 문득 낯익은 글씨체가 보인다. 이 글씨는 추사체가 아닌가. ‘무량수’ 현판이다. 작년 제주도 김정희 선생 기념관에서 본 글씨가 떠올라 더욱 반가웠다.

연주암 곳곳을 봤어야하는데 너무 대충 보고 나온 것 같아 찝찝하다. 조만간 다시 가야겠다.

벌써 20년도 훨씬 더 전인 어느 여름 일요일. 학교 친구, 후배들과 이곳에 왔다가 점심 공양을 하고 간 적이 있다. 그 후에도 이곳 연주암 휴일 점심 공양 소식은 몇번 들었는데 이번에 다시 인연이 다았다. 점심 공양은 12시부터라고 하던데 시간이 맞아 나도 공양을 받았다.

한줄로 길게 서서 점심 공양을 받는다.

식사는 매우 소박하다. 간단한 나물과 고추장에 밥이 전부다. 젓가락도 없이 숟가락만 있다. 밥을 먹고는 각자가 설거지를 해야한다.

양이 많지도 않고, 찬이 많지도 않은데 참 맛이 좋고 배도 부르다. 이것 묘하네…

뻥 조금 보태면 설거지가 필요없을 정도로 깨끗이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산을 타면 힘이 들어서 그런지 그렇게 배고프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먹고 싶은 생각도 별로 안 든다. 가다가 계속 초콜렛이나 견과류 등을 먹어서 그럴수도…

산을 탈 때 먹는 것으로 고민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산에서 사발면으로 식사를 하는 것, 둘째는 막걸리를 마시는 것, 셋째는 내려와서 술과 함께 거하게 먹는 것이다.

건강하자고 산에 오르는데, 이 세가지는 모두 건강에 그리 좋을 것 같지 않다. 이번 관악산 등산은 이 세가지 모두 하지 않아 몸 건강에 특히 좋을 것이다. (체중도 1kg은 줄지 않았을까…???)

어디로 내려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서울대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하산 초반 깔딱 고개를 지나가면 계곡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무난한 하산 길이 이어진다. 거꾸로 오르는 길을 생각하면 조금은 지겹고, 마지막 깔딱고개가 꽤 힘든 코스이다.

내려가다보면 관악산에 이렇게 계곡이 길고, 깊었나 싶다. 여름에는 돗자기 깔고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계곡, 물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싶다.

금붕어 한마리, 거의 한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가지 더 놀라운 점은 서울대학교가 관악산 안쪽으로 점점 더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하산 하다보면 얼마 안 있어 학교가 보이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조금 뻥을 보태면 학교 끝에서 마지막 깔딱고개만 넘으면 연주대일 것 같다. 너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지루하지 않은 계곡길을 즐겁게 걷다보니 어느새 다시 속세에 다다랐다. 푸근한 흙길 걸음이 멈춰진 것이 아쉬워 다음주도 푸근한 산행을 다시 계획해본다.

다음주는…. 다시 관악산이다!

이번에는 과천 코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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