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5일차 (3/3)

2016년 6월 19일 (일요일)

  • 경로: Tjäktja 전방 4km -> Sälka (STF Hut)
  • 걸은 거리: 22.1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6:00 ~ 16:45
  • 난이도: 상
  • 강평: Tjäktja 에서 언덕 오두막까지 죽음의 눈 길. 먹은데로 기운이 난다. Sälka는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깊은 장소 중 하나.

 

Tjäktja를 어떻게 발음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스웨덴 여행객에게 물어보았더니 시옷과 지읏이 겹친 발음이랄까, 셱쟈 혹은 졕쨔라고 발음한단다.

천국과 같았던 오두막을 떠나 Sälka로 향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물론 등산에서 내리막은  그리 편치 않지만…

두 봉우리 사이의 완만한 계곡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Tjäktja 협곡이 장대하게 펼쳐져있다.
Tjäktja 협곡이 장대하게 펼쳐져있다.

 

길을 걷는데 소위 당 떨어지는 느낌이 계속 온다. 기운이 없다. 물을 마시고, 초콜렛을 꺼내서 먹고 아몬드, 호두 등 견과류를 먹어도 아주 잠시 뿐이다.

안되겠다 싶어서 오후 2시쯤 아예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끓여 커피를 마셨다.

이런 나 홀로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자 좋은 점은 다른 여정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데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길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버너에 불을 지펴 물을 끓여 뜨겁게 커피를 마신다.

사실 식사를 해먹을까 했는데 조금만 더가면 Sälka가 나오리라 생각해서 그냥 커피만 끓여마셨다.

MSR Stove
믹스커피 봉지 뜯기도 전에 물이 끓어버리는 MSR Stove. 여행길에 편리함과 따스함을 주었다.
MSR Stove
절경속에서 자유롭게 커피나 식사를 해먹을 수 있다는 것은 Kungsleden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커피 한잔 끓여마시고 잠시 쉬다가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배낭 무게는 20kg이 넘지만 몸에 딱 붙게 배낭을 장착하고 자세를 올바르게 하고 걸으면 어느샌가 배낭 무게는 전혀 인식되지 않고 배낭과 내 몸이 둘이 아닌 하나와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걸음은 휘적휘적 탄력있게 쭉쭉 걸어진다. 이 모든게 몸에 에너지가 충만했을때이다. 기운이 없을 때에는 한발한발이 정말 무겁고 탄력있게 쭉쭉 뻗어가는 느낌이 없다.

커피를 마시고 한시간쯤은 괜찮았는데 또다시 기운이 쪽 빠진 듯 싶다. 기운이 있었으면 Sälka에 벌써 도착하고도 남았을텐데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무겁고 힘들고 느리다. 안되겠다 싶어서 빗방울은 조금씩 떨어지지만 다시 배낭을 내려놓고 버너를 꺼냈다. 🙂

밥을 지어서 먹기는 너무 번거로워서 다시 라면을 끓였다.

이런 곳에서 먹는 라면 맛을 알까??? 어떻게 표현해야 이 맛을 설명할 수 있을까? 하하하.

Kungsleden에서 끓여먹는 라면
Kungsleden에서 끓여먹는 라면.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었다.

라면을 먹으며 다시 다짐을 했다. 잘 먹자… 잘 먹어야 걷는다. 잘 먹어야 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다. 배가 고프면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 먹자고 하는 짓이다.

이번 Kungsleden 여행에서 몸소 얻은 귀한 교훈 중 하나이다. 익히 알던 것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온 몸으로 체득한 것은 그 깊이와 가치가 비교할 수가 없다.

 

식사 후 1시간쯤 걸려 Sälka에 도착했다.

Sälka STF Hut이 저 멀리 보인다.
Sälka STF Hut이 저 멀리 보인다. 길을 걷다가 Hut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Sälka STF Hut
Sälka STF Hut에 드디어 도착했다. 장작을 패고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온 여행객. 나를 보고 반겨주었다. 그 길을 걷고 또 장작을 패다니, 기운도 참 좋다.

Sälka에 도착하니 스코틀랜드에서 온 여성 여행객들이 장작을 패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맞아준다. 이들과는 인연이 꽤 있나 보다. (이들과는 여행 이후로 facebook 친구가 되어 종종 소식을 주고 받고 있다.)

Sälka

Alesjaure로 가는 길에서 본 저 텐트도 스코틀랜드 여행객 (이름은 Amy Crum과 Eilidh Milne)의 것이었다.

 

Sälka의 냇물... 저 구역에 텐트를 치면 된다.
Sälka의 냇물… 저 구역에 텐트를 치면 된다.

 

Sälka의 Sauna
Sälka의 Sauna. 사우나를 하다가 몸이 더워지면 밖으로 나와 저 냇물에 몸을 담그기도 한다. 물은 얼음장처럼 차갑다.

 

Sälka
Sälka. 저 자작나무 장작은 사우나나 휴게실의 난로에서 사용된다.

 

Happy Dog in Sälka (Kungsleden)
Happy Dog in Sälka (Kungsleden)

 

Sälka는 앞에는 웅장한 산이 있고, 아래에 두 줄기의 물이 흐르고 있어 매우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듯한 개가 한마리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Reception에 들어가 하루 텐트 숙박 비용 정산 (회원은 100 SEK)과 식량을 구입하는데 시스템 오류인지 신용카드가 되지 않는다. 🙁

참고로 STF Hut은 현금만 가능한 곳과 카드까지 되는 곳이 있고, 카드가 되더라도 American Express 는 안되는 것 같다. (Visa, Master 는 가능)

가져간 카드가 Visa 카드 하나, American Express 카드 하나인데 Visa 카드 시도시 시스템 오류가 나며 결제가 되지 않았다. American Express 카드는 지원 자체를 하지 않으니 현금으로 낼 수 밖에 없다. (현금이 넉넉치 않아 고민인데… 음…)

이곳에는 스웨덴식 사우나가 있어 저녁에 이용할 수 있다. (1박 텐트 회원가 100 SEK 에 포함되어있다.)

세 타임으로 구분되는데, 각 시간별로 규정이 있었다.

첫번째는 여성 전용.

두번째는 남성 전용.

세번째는 남녀 공용. 🙂

이곳의 사우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장작을 때서 하는 완전 자연식이었다. 핀란드 사우나가 유명한데 스웨덴식 사우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사우나를 하면서 자작나무 잎으로 몸을 두드리고 몸이 더워지면 찬물이나 눈으로 식히기를 반복한다고 하던데 이곳은 자작나무 잎은 제공되지 않았다. 어떤 곳은 사우나 시설이 호수와 연결되어 있어 몸이 더워지면 바로 호수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다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던데 이곳은 앞에 냇물이 있어 원하면 나와서 냇물에 들어갈 수도 있다. (냇물은 얼음처럼 차갑다.)

한국의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있는 건식사우나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1. 위에 불로 데워지고 있는 돌멩이가 있고 그 돌멩이에 가끔 물을 바가지로 부어 증기를 만든다.
  2. 그 물은 필요한 사람이, 혹은 부족하게 한 사람이 직접 떠와야한다.
  3. 시간에 따라 남녀가 함께 하기도 한다.
  4. 그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인 것 같다.

시설은 아래처럼 되어있다.

들어가면 탈의실이 있고, 그 안쪽 공간에는 냇물을 길어 온 양동이가 여러개 놓여있다. 그 물은 샤워용이나 돌멩이에 부을 증기용이다.

안쪽에 사우나실이 있고 앞에는 난로(?)가 있고 위에 돌멩이가 놓여져있다. 난로에는 물을 부어놓기도 하는데 이는 냉수 샤워가 부담되는 분들을 위한 데운 물이다.

앉는 자리가 층으로 구성되어있고, 더운 것은 위로 올라가는 성질로 인해 위쪽에 앉으면 훨씬 더워 땀이 잘 난다.

장작과 물은 미리 구비해놓거나 필요하면 수시로 가져오면 된다.

증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국자 같은 것으로 양동이의 물을 담아 돌멩이에 부으면 된다.

(설명이 주절주절 길었는데 인터넷에서 핀란드 사우나, 스웨덴 사우나로 검색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한 샤워 이후로 제대로 씻은 적이 없고, 며칠동안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걸은 내 몸… 눈길 흙길 바위길을 하루에 20km 이상, 10시간 이상 걸은 내 몸은 휴식을 필요로 했고, 저녁 식사 후에 사우나에 들어가니 노곤노곤 온몸이 풀리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며 수분을 보충했고, 어떤 사람은 벌떡 일어나더니 벌거벗은채로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가 냇물에 첨벙 담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이런식으로 온냉을 반복하는게 짜릿하면서 몸에 좋다고 들었는데 그러기에는 냇물의 차가움이 내 상상을 초월했고 홀딱 벗고 밖을 돌아나기기는 익숙치 않았다. 이곳은 밤에도 낮처럼 환한 백야의 나라이다. 🙂

지금까지는 6시 경에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었는데 스웨덴에 와서 처음으로 포송한 상태로 10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를 마치고 잠 들기 전에 찍은 Sälka의 풍경. 밤인데 환하다.
하루를 마치고 잠 들기 전에 찍은 Sälka의 풍경. 밤인데 환하다.

내일은 Singi 로 향한다.

 

To be continued (6일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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