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8일차 (1/2)
2016년 6월 22일 (수요일)
- 경로: Teusajaure에서 Vakkotavare까지
- 걸은 거리: 17.8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07:30 ~ 15:30
- 난이도: 상
- 강평: 강을 보트로 건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쿵스레덴의 길은 매우 미끄럽기도 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비상연락처는 알고 있어야한다. 비수기에는 버스, 배 등의 운행시간을 미리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텐트에서 잘 때 왠만하면 방충망까지만 닫고 잔다. 그 이유는
- 자다가 눈을 떴을 때, 혹은 아침에 눈을 떴을때 바깥 경치를 잘 보기 위해서
- 신선한 공기를 맡으며 잠자고 싶어서
깊은 숲이나 산의 좋은 공기속에서 잠을 자보면 아침에 일어났을때 몸이 다르다.
특히 아침에 눈을 떠 텐트를 나올때의 그 약간의 서늘함, 상쾌함.
그 맛을 한번 접하면 밖에서 불편하게(?) 자는 것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폭포가 지척에 있어 낮에는 몰랐는데 잘때 폭포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그 상태로 아침까지 내쳐 자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한 것은 아니고 비행기에서 사용할까 하고 집에서 귀마개를 가져왔는데 너무나 유용히 잘 사용했다.
오늘은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일들로 가득하다.
참고로 ‘새옹지마’는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horse)’이라는 뜻으로 숨어있는 뜻은 ‘인생에 있어서 화와 복은 알 수 없으니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유래는 다음과 같다. (Wiki에서 인용)
북쪽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가자 사람들은 “말이 도망가서 어쩌나”라고 위로 했지만 이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어찌 알겠소”라며 낙심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얼마 후 도망갔던 말이 많은 야생마들을 이끌고 노인에게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이제 부자가 되셨구려”라고 축하했지만 이 노인은 “이게 화가 될지 어찌 알겠소”라며 기뻐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노인의 아들이 그 말들 중에서 좋은 말 하나를 골라 타고 다니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크게 다치고 말았다. 사람들은 “아들이 다쳐서 저 지경이 되었으니 어쩌나”라고 위로했지만 노인은 “이게 복이 될지 어찌 알겠소” 라는 태도를 보였다. 얼마후,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많은 남자들이 징집되어 전사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를 못쓰게 된 탓에 징집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노인이 왜 그리 모든 일에 덤덤했는 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후에 원나라의 승려 회회기라는 자가 시를 지은데서 새옹지마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에 있어서 화와 복은 알 수 없으니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오늘은 Teusajaure를 배로 건너야해서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짐을 챙겨서 출발한게 아침 7시 30분.
Kungsleden에서 강을 건너는 방법은 두가지있다.
하나는 무료, 다른 하나는 유료.
하나는 힘과 기술, 노력 그리고 운으로 해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아~~ 또 하나의 방법이 더 있구나. 정말 운이 좋은 경우.
나는 이 경우에 해당했던 것 같다.
어제 하루를 묵은 폭포 근처는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 아래로 내려오니 아직 open하지 않은 Teusajaure STF Hut이 있었고 그곳 주변에는 어제 야영한 사람들의 텐트가 몇 보였다.
내가 내려올때 어느 여성 여행객도 거의 동시에 내려왔고 나와 그녀는 서로 인사를 하고 같이 강을 건너기로 했다. 그녀는 스웨덴 분으로 Kungsleden 전구간을 혼자서 완주할 목표로 걷고 있단다. 속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을 했다.
어제 오후에 폭포 옆 언덕위에서 내려다볼때에는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했던 이 강이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꽤 심하다. 노를 저어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위 사진에 있는 빨강노랑 텐트의 주인공은 Alesjaure 앞에서 급류 건너는 방법을 알려준 스웨덴 여행객이었는데 이곳에서 또 만났다. (Abisko에서 Hemavan까지 Kungsleden 전 구간을 걸을 예정이라고 했다.) (4일차 여행기 참고)
Kungsleden의 강에는 두 종류의 배가 놓여져있다.
하나는 직접 노를 저어야하는 배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모터보트(수상택시)이다.
당연히 직접 노를 젓는 방법은 무료이고, 모터보트 (수상택시)는 유료이다. (보통 인당 200 SEK, 한국돈으로 30,000원 정도)
모터보트(수상택시)도 보통의 경우 하루에 운영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는 경우도 있고
손님이 많으면 수시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손님이 와서 연락하거나 요청하면 그때에만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니
시즌에 따라 운영 방침, 시간 등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여행 중에 돈의 도움보다는 뭐든지 스스로 하려했던 나는 당연히 노젓는 배를 선택했다.
Kungsleden에는 배로 건너야하는 몇몇 구간이 있는데 그 구간의 강에는 항상 노젓는 배가 3대있다.
Kungsleden에서 직접 노를 저어 강을 건널때의 규칙은 이 3대의 배 중 2대는 한쪽에, 1대는 다른 한쪽에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즉, 3대의 배가 강의 한쪽에 모여있으면 안된다!
이 규칙이 준수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누군가 강을 건너기 위해 강변에 왔을때 접하는 경우는 두가지 경우밖에 없다.
- 내가 도착한 쪽에 2대의 배가 있는 경우
- 내가 도착한 쪽에 1대의 배가 있는 경우
1)의 경우면 운이 매우 좋은 경우이고, 2)의 경우는 운이 없는 경우이다.
만약 있어서는 안되는 경우인 세대의 배가 이쪽에 있는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이고,
한대의 배도 없는 경우에는 반대편에서 누군가 배를 갖고 와주기를 기다리거나
무조건 돈을 내고 모터보트를 탈 수 밖에 없다.
3대의 배가 강의 한쪽에 모여있지 않아야한다는 이 규칙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 내가 도착한 쪽에 2대의 배가 있는 경우
- 그냥 2대의 배 중 아무 1대를 타고 노를 저어 반대편으로 간다.
- 배에서 내려 배를 잘 묶어놓고 가던 여행을 계속 한다.
- 내가 도착한 쪽에 1대의 배가 있는 경우
- 그 배를 타고 노를 저어 반대편으로 간다.
- 도착한 반대편에 있는 배를 이 배에 ‘연결’해서 다시 이쪽으로 돌아온다.
- 연결을 풀어 배 1대를 이쪽에 잘 고정시켜놓고 다시 노를 저어 반대편으로 간다.
- 배에서 내려 배를 잘 묶어놓고 가던 여행을 계속 한다.
말로 하면 어렵다. 백문이 불여일견! 영상으로 이해하자!! 🙂
먼저 이쪽에 배가 2대가 있는 운이 좋은 경우이다.
이번에는 이쪽에 배가 1대만 있는 운이 없는 경우이다.
이렇게 영상(?)까지 만들 생각은 애초에 없었는데 어쩌다 하다보니 이렇게까지 만들었네.
나에게도 잉여끼가 다분히 있나보다. 🙂
평소 운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 나는 이번에는 어땠을까?
이번에도 역시 운이 없었다.
내가 도착한 이쪽 강변에는 배가 1대만 있었다. 🙁
나와 이곳에서 만난 여성 여행객은 노를 젓기 위해 배에 고여있는 물부터 퍼내기 시작했다. 🙁
사실 아까 언급한 전구역을 완주할 스웨덴 남자는 이곳에서 잠시 더 쉬다가 천천히 배를 타고 갈 생각이라고 해서 이 여성 여행객과 나만 둘이서 노를 저어 갈 생각이었다.
아~~ 참고로 구명조끼는 보트 근처에 넉넉히 비치가 되어있어 강을 건널 사람은 착용하고 건너야한다.
물을 퍼내고, 고정되어있던 줄을 풀고, 배낭 등 각자의 짐을 배에 싣고 배를 물로 밀어 배에 올라타서 노를 잡았다.
내가도 노를 저어보고, 저 여성이 노를 저어도 보고, 둘이 노 하나씩 나눠서 양쪽에서 저어도 보고, 여러가지로 해보았다.
배는 전혀 앞으로 가지 않는다. 바람이 역풍이고, 파도가 세서 물이 배로 들어온다.
철썩~하고 파도가 배에 강하게 부딪힐때에는 물이 배 안으로 들어와 배낭과 몸을 적시기도 했다.
몇번을 시도해도 배는 정말 1미터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강변에서 방랑만 할 뿐이었다.
우리는 일단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
스웨덴 남자분도 텐트를 접고 짐을 싸서 이쪽으로 와서 상황을 본다.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나???
스웨덴 여성분이 Hut으로 가서 모터보트를 탈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것 같다.
여성분이 돌아와서 뭐라 얘기하는데 내가 이해하기로, 모터보트를 운영하시는 분은 지금 일어났고 아직 아침 식사 전이라 식사하고 온다고 했다.
우리는 바람은 불지만 경치좋은 Teusajaure를 구경하면서 그 분을 기다렸다.
한 30분쯤 지나 어떤 아저씨가 왔고 모터보트에 시동을 걸어 나와 두 여행객, 그리고 남자분과 함께 여행중인 강아지를 반대편으로 태워주셨다.
Teusajaure 강의 폭은 1km로 정말 금방 강을 건넜고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배에서 내려 땅을 밟았다.
그분도 잘가라고, 즐거운 여행되라고 인사를 하고 다시 원래 있던 강 저편으로 돌아갔다.
돈도 받지 않고…
사실 왜 돈을 받지 않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무도 내게 말을 해주지 않았다. 모터보트 수소문(?)은 여성분이 했고, 그분이 식사후에 오신다고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마 추측컨데 그때는 아직 Hut도 열지 않은 시즌이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냥 서비스로 해주신게 아닌가 싶은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Kungsleden에서 ‘하나’의 새옹지마를 경험했다.
Teusajaure를 건너면 바로 언덕이 나오고 우리 셋은 다같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곧바로 나만 뒤떨어졌다.
Kungsleden 전구간을 목표로 하는 이 젊은 스웨덴 남녀는 정말 걸음도 빠르고 힘들지도 않나보다.
배낭은 나보다 훨씬 크고 더 무거워보이고, 손에 스틱도 잡지 않았다.
평소에도 트레킹과 등산을 많이 하는지 정말 축지법 쓰듯이 휙휙 앞으로 나간다.
원래 이런 트레킹에서는 본인의 스피드로, 본인에 맞게 나아가는게 올바른 방법이다.
따라서 그들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나도 그들보고 함께 가자고 할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 둘은 둘이 먼저 가고, 나는 천천히, 여유만만하게 나만의 속도로 나아갔다.
그들의 모습은 점점 작아져서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들을 다시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두번째 새옹지마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