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앞을 다투는 자들의 세상 – 쟁선계
쟁선계는 국산(?) 무협소설이다.
무협소설 중 최고라 자부한다.
이 나이에 무협이라니… 하하하… 무슨 상관인가…
쟁선계 – 앞을 다투는 자들의 세상이라는 뜻이다. 캬~ 제목도 멋있다.
링크에 있는 나무위키를 보면 찬사일색인데 그럴만하다.
이재일 작가는 이제 50줄에 들어섰을텐데 이 작품을 처음 연재한 시기는 1994년으로 벌써 20년도 더 전이니 아마 20대 후반에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구성의 방대함과 문체의 유려함, 한문, 역사적 지식의 넓이, 인물의 생생함, 구성적 묘미를 보았을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나도 이 작품을 PC 통신 하이텔의 무림동에 연재할 당시 갈무리하며 읽었다. 작가와 하이텔에서 대화도 나누곤 하였는데 기억하시려나…???
이 작품의 완결과 출판까지의 과정을 아는 분들은 다 아실텐데 이 작품은 참으로 긴 연재 기간과 적지 않은 휴재 기간을 거쳐 힘들게 어렵게 완결이 되었다. 나는 사실 이 작품이 완결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명작의 마무리를 볼 수 없을 것이라 아쉬움에 혀를 차기도 했었다. (연벽제와 제갈휘가 만나서 검을 겨룰지 매우 궁금했는데… 쩝…)
그러다 어느 날 이 작품이 완결이 되었고, 외전 포함하여 출판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전권을 사야지~~ 했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시간이 지나 찾아보니 세트본이 절판되었다는게 아닌가.
부랴부랴 다른 곳을 찾아보니 새 제품을 중고로 파는 곳이 있어서 결국 전권을 구비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석대원이고, 나중에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무상의 경지에 올라 고금제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석대원보다는 다른 인물이 더욱 매력적이다.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검왕 연벽제, 고검 제갈휘, 석대문, 개방 방주 우근, 북악신무 남패무양 중 신무전주 소철, 무양문주 서문숭, 잠룡비각주 이악, 신비혈랑 혈랑곡주, 만용천선 천선자, 신무전의 후계자 도정, 각 세력의 브레인인 삼절수사 운소유, 이비영 천안 문강, 신산 육건, 이들보다 한세대 앞선 문무쌍전 석문경, 운리학, 유쾌하고 멋진 쾌찬 양진삼, 쓸쓸한 진금영과 이군영, 공문삼기 광비, 매불, 한운자 등 손에 잡힐 듯이 또렷하고 풍부한 개성의 인물들이 살아서 숨쉬고 있다. 그 밖에 강호사마, 강호오괴, 강호육사, 호교십군, 사십구비영 등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종종 배꼽을 잡고 웃게 하는 유머가 있다.
그 유머의 선두에 있는 무쇠소 마석산, 골골대는 육건, 처음과 달리 웃음을 선사한 거경 제초온.
누가 뭐래도 신천하오대고수 중 선두를 달리는 검왕 역벽제가 가장 인상 깊다. 그 가공할 포스라니… ‘내가 검왕이외다….’
“나는 친하고 싶은 사람이 셋, 싸워보고 싶은 사람이 둘, 그리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하나 있지.” 라는 석대문의 고백…
고검과 무양문주의 만남과 헤어짐에는 사나이의 뜨거움이 있다.
충격이 지나쳐 입을 다물 수 없는 복선과 반전이 곳곳에 잠복해있다.
의도와 의지가 모여 결국 불성(不成)을 이룬 이군영의 모사재인 성사재천 탄식
아비와 고향의 그리움을 담아 바친 향긋한 차에 담겨있는 그 심모원려를 깨닫기에는 10년도 훨씬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무뚝뚝하지만 마음으로 같이 아파하고, 가슴으로 같이 울어주는 진정한 츤데레인 줄 알았던 외눈호랑이…
“잊지 않았겠지. 너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너는 가장 먼저 나를 만나야 한다는 말을.”
붕(崩) – 산월월 (山月月)의 느닷없음과 충격
짚신(屝) – 송장 밑에 깔린 털벌레를 통한 제자의 구원과 오체투지
“언제일지 모르는 그날, 상대의 죽음 앞에 흘려 줄 눈물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무더운 2018년 여름, 더운 줄도 모르고 모처럼 독서삼매경에 빠지게 해준 ‘쟁선계’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