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 – Zen Style 만년필 (Zenyle)
필사를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2019년 안에 태백산맥 필사 2권을 마치면 내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뭐 사고 싶으니 별 핑계를 다 대는구나…)
지출 많이 들어가는 3대 취미에는 끼지 않아도 (3대 취미라면, 카메라, 오디오, 자동차라고 한다.) 만년필도 종류가 다양하고 특징이 제각각이라 제대로 관심갖고 하면 끝이 없는 취미가 될 것이다. 만년필도 만년필이지만 잉크와 종이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라 그 조합은 무한대가 될 것이다.
만년필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로는 몽블랑이 있겠지만, 반골 기질인 나는 몽블랑은 별로 땡기지 않았다. 사용기를 봐도 몽블랑은 소위 ‘간지’로 사는 것이지 필사 등의 실무 용도는 아니라고 한다.
현재 필사에 쓰고 있는 나의 만년필은 펠리칸 M400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만족스러운데 왜 추가로 구입하냐고? 사람이란 욕심의 동물 아니겠는가… 사용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궁금함… 그리고 불현듯 찾아오시는 지름신의 강림은 영접 외에는 어쩔 수가 없다. 아니면 퇴마를 하던가…)
몽블랑 외에도 다양한 만년필 브랜드와 제품이 있지만 펠리칸 M400을 능가하게 내 마음에 땡기는 기성제품은 없었고, 그러다가 수제품으로까지 관심이 옮겨져갔다.
그렇게 해서 눈에 들어온 것이 ‘선’을 추구하는 만년필, Zen Style의 만년필인 Zenyle이다. ( https://www.zenyle.com/ )
군더더기를 빼고 최대한 간결하게 만든 것이 ‘선’을 추구하는 Zen Style, Zenyle 만년필이다.
Zenyle, 한글로는 제나일이라고 한다. 제나일의 만년필 종류는 작가의 이름을 따서 구분하고 있다. ( https://www.zenyle.com/blogPost/origin)
1.오스터 시리즈
오스터는 미국의 현대작가 폴 오스터(Paul Benjamin Auster)의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오스터는 카프카와 비견되는 뛰어난 작가로 ‘뉴욕 삼부작’,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등의 대표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주이적이면서도 신비주의적인 문체와 몰입감 있는 구성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2. 루이스 시리즈
‘보물섬’,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고전적인 내러티브에 새로운 시각을 더한 작품으로 높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법률을 전공 하였으나 자퇴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좋을 글을 남겼습니다.
3. 디킨스 시리즈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의 이름을 빌려 왔습니다.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등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을 써냈습니다. 19세기 산업시대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묘사했으며 위트있는 문체로 당대에도 영국을 포함하여 신대륙인 미국에도 많은 독자를 확보 했습니다.
4. 러셀 시리즈
버트런드 러셀의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한 20세기 최고의 천재 중 한명입니다.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걸출한 제자를 배출하기도 했고 다방면에 믿을 수 없을정도의 업적을 남겼습니다.
5. 베른 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쥘 베른(Jules Verne)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시리즈 입니다. 1800년대에 이미 달여행이나 잠수함의 개념과 구체적인 묘사를 하는 등 뛰어난 상상력으로 100년 이상의 미래를 소설로 표현 했습니다. SF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며 지금 읽어도 여전한 재미를 보장 합니다.
고민하다가 내가 고른 종류는 ‘루이스‘이다. ( https://www.zenyle.com/louis ) 루이스 작가나 작품을 잘 알거나 좋아해서 고른 것은 아니고 내 디자인 취향에 맞아서 마음 가는데로 간단히 골랐다. 나는 물건을 고를 때 너무 까다롭게 고르는 편은 아니고, 어찌보면 대충(?) 고른다고나 할까, 내 맘에 맞는 것을 즉흥적으로 고르는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후회는 없다.
사인(signature) 용이 아니라 실제 필기용으로 구입한 것이라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만년필은 전부가 EF (Extra Fine) 굵기이다. 하지만 EF라고 해도 브랜드별로, 만년필 종류별로 그 굵기가 다 다른 것 같다.
펠리칸 M400 EF를 쓰면서 조금만 더 가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온 Zenyle EF는 과장을 약간 보태면 바늘 같다.
원고지에 쓰면 서걱거리는 소리가 좋기는 한데 약간은 더 굵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시 사람은 만족을 못하고 조금더를 외치는 존재인가보다. (그래서 다시 Zenyle F (Fine) 굵기에 대한 지름신이…???)
갖고 있는 펜들의 굵기를 비교해보자. 라미 EF, 펠리칸 M400 EF, Zenyle EF, 딥펜으로 같은 글씨를 써보았다.
촉의 굵기로는 라미가 내 스타일에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라미는 경성촉인지 글씨 쓰는 맛이 내게는 좀 딱딱해서 별로이고, 손에 잡히는 느낌도 그리 맘에 들지 않아 자주 손에 잡게 되지는 않는다.
펠리칸 M400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촉이 조금만 더 가늘었으면 어땠을까 싶고, Zenyle EF는 위의 사진 상으로 보면 적당한 굵기로 보이는데 실제로 써보면 바늘처럼 아주 가늘다…
글씨는 아무래도 딥펜이 저절로 멋스럽게 써진다. 하지만 딥펜은 딥펜을 받아줄 수 있는 종이에 써야한다. 필사를 하고 있는 원고지에 쓰면 잉크가 더 번지고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갈라진다.
만년필은 사용하는 사람의 사용 패턴, 사용 시간 등에 따라 길들어져서 세상에 동일한 만년필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개인 맞춤화 진행…)
작년에 열심히 필사한 보답으로 내 자신에게 선물한 Zenyle을 꾸준히 사용하여 서로 친해져야겠다.
다음에는 어떤 만편필에 지름신이 강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