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걷기 3일차

발 상태가 심상치 않다. 전에 쿵스레덴을 걸을때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발 전체적으로 허물이 벋겨져 걷기가 너무 아프고 힘들다.

대략 시속 2-3km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간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주는 정자가 많아 쉬기가 좋다.

배낭을 내려놓고 양말도 벗고 쉬는데 어느 할머니께서 오셔서 마늘을 까신다.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마늘을 까신다. 할아버지도 오셨는데 두분 모두 제주 토박이분으로 80이 훨씬 넘으셨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않고 정정하시다.

할머니께서 내 발을 보시곤 할아버지를 시켜서 집에서 밴드를 가져오라하시는데 나와 말씀하실때에는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듣겠는데 두분이 말씀하시면 제주방언으로 하시는지 잘 못알아듣겠다.

할아버지께서 한참 걸려 대일밴드를 거져오셨는데 할머니께선 그게 아니라 당신 팔뚝 데었을때 붙였던거 가져오라니 그게 뭐냐고 핀잔을 주셨다. ^^;;;

할머니 그것도 감지덕지에요. 감사합니다.


날은 덥고 해는 뜨거운데 시야는 뿌옇다. 미세먼지 지수는 나쁘다.

이런날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이곳을 걷고있는거지?

길 중앙에 큰 나무가 시원하게 그늘을 느리우고 있어 또 배낭을 내려놓고 쉰다.

할머니들께서 스쿠터같은것을 타시곤 어딘가로 가신다. 제주도는 할머니들이 많이 활동하시는것 같다.


조금더 걸으니 비양도가 보인다. 화장실에 들어가 모자를 적셔 뒤집어썼다. 좀 살것같다.

한림항에 비양도가는 배가 보이길래 타고 들어갈까하다가 그냥 계속 걷던길을 걷는다. 몸상태가 정상이었으면 탔을것이다.

한림항에 배가 많다.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시원한 물회를 한사발 먹으면 좋겠는데 그런집은 잘안보이고 삼겹살집, 찌게집들만 보인다. 항구인데 왜이러지?

조금 더 걸으니 물회전문집이 보여 들어가 자리물회를 시킨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눌치재 쥔장이 전화를 해왔다. “협재로 해수욕가는데 함께 가지 않을래요?”

좋지좋아.

휴가란다. 아마 내가 이쪽에서 걷고 있으니 겸사겸사 이쪽으로 방향을 잡은게 아닐까싶다. 마음씀이 고맙다.

식사안했으면 이리와서 같이 먹자니 이미 대충 먹었단다. 쩝.

물회를 다 먹고 식당을 나서니 식당앞에 와있다. 반갑다. 🙂

차를 타고 협재로 갔는데 주차장도 만차고 사람이 너무 많아 바로 옆 금릉해변으로 갔다. 이곳도 협재만큼은 아니지만 많았다.

그동안 써먹지 못한 타프를 해변에 치고 우리는 비양도를 지척에 두고 해수욕을 했다.

아~~ 이게 여행이지.

시원한 바다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물집이 잡힌 발바닥이 아파서 좀 고생을 했지만 정말 즐거운 수영이었다.

타프안에서 닭강정과 맥주도 한잔하고…

해수욕 후에 샤워를 깔끔히 하고 새로 옷을 갈아입고는 약국에 들러 연고와 밴드를 사선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이번에 걷기 여행을 올 때 눌치재는 전혀 예정에 없었는데, 발 상태가 너무도 안좋아 눌치재에서 묵기로 했다. 🙂

폴대만 있었어도 협재나 금릉에서 여유롭게 머물어도 괜찮았을텐데 발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한발도 걸을 수가 없어 염치 불구하고 신세를 지기로 했다.

눌치재 쥔장들이 그 먼길을 차로 데려다주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호기롭게 떠난 나의 이번 제주 ‘걷기’ 여행은 이렇게 마감되고 이후부터는 럭셔리 휴양 모드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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