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의 전쟁 (공기정화식물)
요즘 공기가 너무 안좋다.
공기, 물 등 어찌보면 식량보다도 먼저 충족되어야 할, 생명과 건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런 요인들이 깨끗하지 못하면 어찌 살란 말인지…
예전에는 수도물도 그냥 마셔도 괜찮았고, 뒷산의 약수도 길어다 마시고, 등산하다가 졸졸졸 흐르는 물도 떠서 마시곤 했는데 요즘은 꿈도 꾸지 못하고 물은 ‘당연히’ 사서 마시는 것이 되었다.
집안마다 정수기를 구입하거나 렌트하는 것처럼 조만간 산소발생기도 들여놓아야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고보니 우리집도 집안 공기에 오래전부터 매우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처음으로 식물을 집안에 들여놓은 것은 2009년 봄이었다.
아이들이 비염이 있고 코가 잘 말라서 자고 일어나면 코피가 나곤 했었다.
가습기를 들여놓을까 하다가 인위적인 가습기가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자연적인 방법을 찾자고 했었고, 공기정화식물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여 약간의 조사를 마친 후 무작정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식물을 구입해왔다.
뭐 꼭 NASA 선정 공기정화에 탁월한 식물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배출하니 공기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식물이 꼭 이런 실용적인 용도가 없어도 그 자체로 마음의 안정과 자연적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하니 공기정화 식물 외에도 마음에 드는 이런저런 식물도 함께 구입하여 우리집은 본의 아니게 식물원 아닌 식물원이 되어갔다.
이렇게 집안에 식물을 들이고, 이 식물들이 우리집의 일부로 자연스러워진 상태로 한해두해가 지나면서 이 식물들도 우리집에서 나이를 먹고, 자식을 낳고, 독립을 하고, 옆집에 분양도 보내는 등 더욱 풍성해졌다.
식물을 키우면서 여러 재미가 솔솔하다.
보는 재미 뿐만이 아니라 번식시키는 재미도 아주 크다.
대부분이 삽목(꺾꽂이)이나 포기나누기로 개체를 확장한다.
인도 고무나무는 가지를 잘라 상온에 이틀 정도 두었다가 잘린 가지 부분만 물에 담궈두면 며칠 안에 실뿌리가 자란다. 그때 가지를 흙에 옮겨심으면 실패없이 잘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하여 처가에도 보내고, 옆집에도 보내고 우리집에서도 인도 고무나무 화분이 많아졌다.
스파티필럼은 나와 집사람이 특히 각별히 여긴다. 전에 겨울에 이사했을 때 이 잎 넓은 스파티필럼이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너무 추웠는지 잎들이 모두 갈색으로 변하더니 하나 둘씩 다 잎이 말라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잎의 거의 대부분을 자르고 어찌보면 줄기만 남겨둔 상태로 거의 죽은 줄 알고 내버려 두었었다. 봄이 되어 날 풀리면 뽑아버리고 다른 식물을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옆에서 다시 꼬물꼬물 잎이 돋아나더니 다시 이렇게 풍성해진 것이다.
아름다우면서 기괴한 모양의 꽃을 가끔 피는데 향은 없지만 왠지 엉뚱한 얘 답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꽃이다.
스타피필럼의 넓은 잎에 묻어있는 먼지를 가끔 젖은 거즈로 닦아주면 내 기분도 시원해진다. 푸근함과 넉넉함을 함께 주며 공기정화 효과도 탁월한 스파티필럼은 수경 재배로도 잘 자라고 분갈이할때 포기를 나누면 쉽게 확장이 가능하여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식물이다.
아레카야자는 NASA 선정 공기 정화 1위 식물이고, 증산작용(식물체 안의 수분이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나옴)이 매우 활발하여 살아있는 천연가습기라는 말을 들을 만한 식물이다. (높이 1.8m의 아레카야자는 하루 1L의 수분을 방출한다고 하는데 근거있는 출처는 잘 모르겠고, 높이 1.8m면 엄청 높고 큰 아레카야자로 가정에서 키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처음 식물 재배를 하기 시작한 배경처럼 수분 조절이 큰 목적이었고, 따라서 이 아레카야자를 거실과 아이들 방에 하나씩 놓아두었는데 9년이라는 시간동안 스스로 엄청 자라나서 이제는 화분이 꽉 차게 되었다. 애초 화분도 그리 작은 것이 아니어서 분갈이나 포기 나누기가 만만한 작업은 아니나 얘네가 좁다고 낑낑거리는 것 같아 어느 하루 날 잡고 포기나누기를 해주기로 했다. (큰 맘도 멈고, 하루 날도 잡아 할만큼 큰 일이다.)
우리집에선 식물이 잘 되는 편이다. 아내가 관리를 잘해서이겠지만 식물이 잘 사는 이유는 과도한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집에서 식물을 죽이는 많은 이유는 과도한 관심 때문이다.
많은 식물의 경우 중요한 것은 빛, 흙, 물, 바람이다. 이 요건이 기본적으로 충족되면 식물은 알아서 잘 자란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
식물도 아이들처럼 너무 과도한 관심과 그로인한 간섭, 잦은 참견(?)을 하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식물이니 물을 좋아할 것 같아 과하게 정성을 들여 물을 주고, 또 주고, 아침저녁으로 주면 식물은 뿌리가 썩어 죽는다. 대부분의 경우 식물은 말라 죽는 것이 아니라 물에 썩어 죽는다.
식물에 따라 물을 주는 양, 주기가 다르겠지만 많은 식물이 ‘나 목이 말라요~~ 물 좀 주세요~~’ 라고 신호를 보낼 때 물을 주면 된다. 이런 신호도 없는데 물을 주면 반가워하는게 아니라 괴로워하다 썩어 죽게 된다.
식물이 주는 신호는 직접적으로 잎이 추욱 늘어지는 경우나, 간접적으로 겉흙이 마르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럴 때에만 식물에 맞게 적정량의 물을 주면 된다. 계절, 기온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면 충분하다.
그리고 식물의 이런 공기정화나 습도 조절은 식물의 호흡 작용에 따른 부수적 기능이고, 식물이 숨을 잘 쉬려면 잎에 먼지가 쌓여있으면 안된다. 따라서 물 묻은 거즈로 가끔씩 잎의 앞뒤면을 닦아주면 윤기도 나고 집안 먼지도 제거되고 식물들에도 좋다. 먼지가 많이 쌓여있으면 그냥 물 묻은 거즈로는 안되고, 김빠진 맥주나 녹차/홍차 우린 물을 묻혀서 닦으면 잘 닦인다.
아파트라는 공동 주택에 살면서 가장 하고 싶지만,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은 식물 잎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는 것이다. 가능한 방법은 목욕탕으로 옮겨서 샤워기로 물을 흠씬 뿌려주는 것인데 이동도 어렵고, 아무래도 흙이 흘러가기 때문에 배수로를 막을까 우려되어 함부로 하지 못하고 스프레이로 살짝살짝 잎에 뿌려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후에 마당이 넓은 단독주택에 살면서 볕 좋은 마당에서 자연스럽게 빗물도 맞고, 속 시원하게 호스로 물을 뿌리며 자연스럽게 식물과 함께 지내면 좋겠다는 미래의 우리 집 모습도 꿈꾸어본다.
집안에 식물을 가꾸면서 식물이 주는 이런 부수적인 효과(공기정화, 습도 조절) 뿐만이 아니라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 정서적 안정, 생명에 대한 경외 등을 느끼며 우리 가족의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졌다.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해 야외활동을 못하는 날엔 이 식물들 덕에 청량한 집안 공기를 마시며 집안에서 힐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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