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5일차 (1/3)
2016년 6월 19일 (일요일)
- 경로: Tjäktja 전방 4km -> Sälka (STF Hut)
- 걸은 거리: 22.1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6:00 ~ 16:45
- 난이도: 상
- 강평: Tjäktja 에서 언덕 오두막까지 죽음의 눈 길. 먹은데로 기운이 난다. Sälka는 이번 여행 중 가장 인상깊은 장소 중 하나.
어제 너무 피곤해서 타프를 안쳤고 밤새 간간히 비도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두꺼운 겨울 침낭속에 쏙 들어가 잤지만 좀 추웠다.
오후 6~7시쯤 자서 새벽 2~3시경에 일어나는 early bird 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새벽 2시 30분 쯤 일어났다.
스웨덴 여름의 새벽 풍경을 다시 보자.
자고 일어난 텐트 앞의 풍경이다.
음식을 잘 챙겨먹어야하는데, 아무래도 혼자고 귀찮고 날도 춥고 하니 그냥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런 날씨에, 게다가 야외에서, 특히 아침에는 라면이 생각날 거고, 그 맛이 어떨것이라는 것은 잘 알 것이다.
정말 맛있었다. 정말정말 맛있었다. 근데 라면은 영양가가 없다.
먹은데로 기운이 난다.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라면은 영양가는 없다.
짐을 챙겨서 6시에 다시 오늘의 걷기를 시작했다.
일단 목적지는 Tjäktja STF Hut.
http://www.codyduncan.com/ebooks 에서 구입한 ebook에 의하면 Tjäktja Hut이 Kungsleden에 있는 숙소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당시 구름도 많고 산에 눈도 많이 쌓여있었지만 Tjäktja에 가까이 가면서 날씨는 완전히 겨울 날씨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책에서는 Alesjaure에서 Tjäktja까지 가는 길이 쉬운 편이라고 했지만 내겐 결코 쉽지 않았다. 그게 아마 라면 때문일것이다. (영양가가 없어…)
길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돌길이 나타난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2시간 만에 Tjäktja에 도착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제 도착해서 하룻밤을 이곳에서 묵었을 것이다. 아침 일찍 도착한 나를 보고 다들 놀란다. 혹시 밤새 걸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스코틀랜드에서 온, 전에 개울을 함께 건넜던 여행객들도 어제 이곳에서 묵었나보다. 도착한 나를 보곤 엄청 반가워하며 반겨준다. 생면부지인 곳에서 이렇게 반겨주는 사람이 있어 나도 엄청 반갑고 고마웠다.
STF Hut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시설과 사용 규칙에 대해 이곳 산장지기에게 설명을 들었다.
대부분의 Hut에는 drying room이 따로 있다. 6월 한 여름에도 이렇게 눈이 많은 곳이고, 때로는 눈비를 맞아가며, 개울을 발 적셔가며 건너고 진창길도 걷고 하면 옷과 신발, 양말 등은 물투성이, 진흙 투성이가 된다.
이렇게 젖은 옷가지, 가방, 신발, 양말 등을 벗어서 말리는 곳이 drying room 으로 보통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있다. Drying room 은 따로 난방을 하는지 열기가 후끈하고, 나름 질서를 갖고 여러 트래커들의 옷, 배낭, 신발, 양말 등이 매달려있기도 하고, 놓여져있기도 하다.
요리를 해먹고 쉬기도 하는 주방 및 휴게소에는 취사도구, 식기, 포크 등이 구비되어있다. 물은 주변의 강이나 개울에서 양동이로 담아와야한다.
Hut에서의 활동은 철저히 자율적이고 협동적이어서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것은 없다. 양동이에 물이 부족하면 그걸 발견하거나 부족하게 만든 사람이 직접 물을 떠와야한다. 양동이는 보통 4개가 있어서 두개는 깨끗한 물을 담고, 나머지 두개는 설거지 등을 한 더러운 물을 담는다. 더러운 물은 slask 라고 하고 별도로 버리는 곳이 있다. 물론 이 더러운 물을 버리는 것도 스스로 알아서해야하는데 트래커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일 중의 하나다. 🙂
전에 호주로 배낭여행을 갔을때 얻은 문화충격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의 설거지 문화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제가 입안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철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세제로 설거지를 하고나서 식기 등을 흐르는 깨끗한 물로 여러번 아주 깨끗하게 헹군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물이 묻은 채로 공기 중에서 식기를 말린다.
그런데 호주에서도 그렇고, 여기 스웨덴의 Hut 에서도 설거지 방식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
아마도 물이 부족하거나 물이 매우 소중하다는 인식이 몸에 배어있거나, 자연의 물이 음용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혹은 세제가 친환경 세제여서 먹어도 큰 상관이 없는 경우에 그렇지 않나 싶다.
(참고로 여기 스웨덴은 그렇지 않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의 수도물은 석회성분이 많아서 그냥 먹을 경우 탈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 여행의 경우 수도물을 그냥 마시면 안되고 대부분 생수를 사 먹어야한다. 유럽의 생수값은 매우 비싸다. 그런 점에서 여기 Kungsleden에서 물이 흔하고 깨끗한 것은 편의성에서도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큰 매력이다.)
호주 Adelaide에서 Alice Spring 까지 Bus Tour를 할때 야외에서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할때의 모습이다. 물이 담겨 있는 통이 3개 정도 놓여있다. 첫번째 통에 세제를 듬뿍 풀고는 음식물 찌꺼기 등이 많이 묻어있는 식기나 수저 등을 그 통에 넣는다. 수세미로 대충 닦는다. 두번째 통으로 옮긴다. 일부 그릇 등에는 아직 음식물과 양념도 묻어있고, 대부분의 경우 세제가 묻은 상태로 옮겨진다. 두번째 통에서는 통안의 물로만 대충 닦아낸다. 그리고는 세번째 통으로 옮긴다. 세번째 통에서도 역시 그 통안의 물만으로 대충 닦는다. 그리곤 꺼내서 천수건이나 종이 티슈로 물기를 닦아낸다. 어찌보면 음식물 찌꺼기나 세제보다 물기를 더 정성껏 닦는다. 그리곤 찬장 등에 비치한다. 이걸로 설거지가 끝이다. 흐르는 물로 헹구는 과정이 없다. 설거지가 진행될 수록 첫번째 통속의 물은 정말 말할 수 없이 지저분해지고, 두번째 물, 세번째 물도 계속 지저분해지는데 별로 게의치 않고 이 과정을 반복한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여기 Kungsleden의 hut 에서도 비슷한 설거지 모습이 펼쳐진다. 여기에서는 물은 (주변에) 풍부하고 깨끗하지만 제한된 양을 길어와야해서 정작 설거지에 쓸 물이 풍부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호주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설거지를 한다. 세제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물은 매우 아껴쓰는데 종이는 별로 아껴쓰지 않는 것 같다. Hut의 주방에도, 화장실에도 휴지는 아주 풍부하게 비치되어있었고 사람들도 적당량을 떼어서 쓰는게 아니고 듬뿍듬뿍 풍부하게 쓴다. 그 티슈로 세제와 물이 묻은 접시 등을 닦는 것으로 설거지를 마무리한다.
나는 아무래도 적응이 되지 않아 hut에 비치된 그릇이나 컵 등을 쓸 때에는 깨끗한 물로만이라도 다시 한번 더 씻고 이용하곤 했다. 🙂
Google 등 검색엔진에서 ‘유럽 설거지’, ‘서양 설거지’ 등으로 검색해보면 비슷한 내용의 글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설거지와 비슷한 사례로 영화 등에서 보면 거품목욕후에 거품이 몸에 가득한데 그냥 수건으로 감싸는 것으로 목욕을 마치는 장면을 종종 보았다. 그게 영화이기 때문이 아니고 이들의 목욕 문화가 그런가보다. 즉, 세제를 흐르는 물로 헹군다는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설거지나 목욕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엄청 깨끗하게 설거지나 목욕을 하는 것으로 보일지, 엄청나게 물낭비를 하는 것으로 보일 지 궁금하다.
동영상을 보면 깨끗한 물을 스스로 담아오는 양동이, 설거지를 하는 통, 버너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휴게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휴식도 취하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각지에서 온 트래커들의 나라를 핀으로 표시한 세계지도가 걸려있었다. 유럽이 가장 많았고,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도 있었는데 한국은 없었다.
산장지기에 의하면 작년 일년 동안의 기록이라고 했다. 설마 일년동안 한국인이 이곳을 안왔을리는 없는데라고 의아해하며 한국지도에 핀을 꽂았다.
Tjäktja Hut 지기는 여성분으로 한국에서 왔다니 드물게 본다며 나를 무척 반겨주었다. 시설 이용법도 자세히 알려주고…
이분이 하는 영어를 잘 못알아들어서 미안하다고 하니 자기는 스웨덴 사람이고 자기는 외국어인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게 당연하지 않냐며, 한국인인 내가 외국어인 영어를 그만큼 하는 것은 정말 잘하는 것이라며 나를 독려해주었다. 크크크…
이곳에서 약 1시간 30분쯤 푹 쉬고 이제 다시 길을 떠나려한다.
앞으로 어떤 길이 나를 맞이하고 있을 것인가.
자료에 의하면 Tjäktja에서 Sälka 까지는 Hard 라고 씌여있던데…
얼마나 힘들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