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 6일차 (1/2)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 경로: Sälka (STF Hut) -> Singi -> Kaitumjaure로 가는 어느 길
- 걸은 거리: 16.3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10:00 ~ 17:45
- 난이도: 하
- 강평: Sälka에서 여름 속의 겨울을 맛 봄. 본격적인 홀로 여행의 시작.
밖에서 야영을 할 때의 장점이나 단점 중의 하나는 볼일보기이다.
장점이라 쓴 이유는, 원래는 그래선 안되는 것이겠지만 꼭 화장실이 아니어도 볼일 보는게 가능하므로…??? (집에서도 화장실 아니어도 볼 일 봐도 되기는 되겠지… 뒷감당이 문제지…)
단점이라 쓴 이유는, 어쨌든 집에서처럼 화장실이 가깝고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야영하면서 한밤중에 소변이 보고 싶을 때 여기가 뭐 다 화장실이지~~ 라며 나무 거름으로 준 적이 많았다. (물론 나나 다른 사람들 텐트가 있는 곳이 아닌 살짝 떨어진 구석으로 가서…)
근데 그것도 깜깜한 밤이니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여기 스웨덴은 정말 한밤중에도 낮처럼 환하니 그럴 수가 없다. 물론 사람들은 집이나 텐트안에서 자고 있겠지만 그들중 누군가가 깨서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좀 고민을 했다. 후딱 밖으로 나와서 간단히 볼일을 봐?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번거롭더라도 제대로 화장실을 다녀와… 괜히 그러다가 국제망신 당한다~~
방광이 터질때까지 참다가 제대로 화장실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섰다. 화장실은 한 200미터는 걸어가야한다.
그렇게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텐트로 들어와 다시 단잠이 들었다.
눈을 뜬게 아침 6시.
세상에, 그 사이 세상은 겨울로 바뀌어있었다.
화장실 갈때만 해도 눈 올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눈오는 날의 낭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책을 갖고 휴게실로 갔다.
모두가 잠든 눈내리는 새벽, 나혼자 휴게실에서 촛불 피고 독서와 명상을 한다… (캬~~. 제대로 했다기 보다는 컨셉이 그렇다는 말이다.)
여행 중에 책을 읽을 시간이 많을 것 같아 한국에서부터 책을 한 권 가져왔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몰입의 즐거움‘ (Flow) 라는 책이다.
책을 가져온 것은 참 잘한 것 같다.
안중근 선생님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이 아니더라도, 여행에서 그것도 나홀로 걷기여행과 책은 참 잘 어울리고 도움이 된다.
물론 책이란게 부피와 무게가 있어 걷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중에 읽은 책은 내 마음의 깊은 양식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여행 중에 틈틈이 읽어 완독을 했고, 마지막 종착지인 Kvikkjokk STF Mountain Station에 기증을 했다.
‘노르웨이의 숲’, 우리나라는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 덕분인지 우리는 자작나무라고 하면 노르웨이를 떠올린다.
탈 때 나는 소리가 ‘자작 자작’해서 자작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으나 여기 스웨덴도 자작나무가 참 많다.
자작나무는 나무 겉껍질이 흰색이고 잘 벗겨지며 불에 아주 잘 타고 자작자작, 타닥타닥나는 듣기 좋고 편안한 소리가 난다.
Kungsleden의 대부분 STF 숙소에는 자작나무가 땔감으로 비치되어있었고, 여행객은 필요시 본인이 큰 나무를 땔감으로 쪼개거나 비치되어있는 땔감을 태우면 된다.
휴게실안에는 난로가 비치되어있었고, 나는 낭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무를 때기로 했다.
나무는 Vedbod라는 곳에 비치되어있다.
자작나무 껍질은 그 자체로 불쏘시개이다. 불만 대면 바로 불이 붙고 잘 탄다.
이렇게 난로에 불을 지폈는데, 이렇게 하면 안된다. 왼쪽 위에다가 장작을 넣고 불을 피고 현재 장작이 있는 곳은 연기가 안나는 숯을 넣어야하는 것 같다.
저 위치는 연기가 빠지지 않는 곳이라 금새 휴게실안에 연기가 가득찼다. 🙁
어쨌든 자작나무, 난로, 책, 촛불, 눈으로 낭만은 극대화되었고 나는 여행의 평온함과 풍요로움을 제대로 만끽하며 즐거운 아침시간을 보냈다.
어제 부실하게 먹고 고생한 것을 교훈삼아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Sälka STF Hut 이후는 당분간 매점이 없다.
Singi는 오늘 거쳐갈 예정이고, 그 다음 Kaitumjaure, Teusajaure, Vakkotavare 는 운영기간이 되지 않아 open 하지 않았다. (내가 방문하는 다음날 open 예정이다. Kungsleden을 비수기에 다닐 때에는 이런 일정도 미리 잘 확인해야한다.)
즉, 앞으로 3~4일동안은 매점이 없다는 말이니 그 기간동안의 식량을 미리 확보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Sälka 매점에서 음식을 왕창 샀다.
든든히 장도 봤으니 오늘은 사치를 해보자.
아침은 한국에서 가져온 3분미트볼과 참치를 한꺼번에 먹자. 🙂
Sälka는 이번 여행에서 아주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곳이다.
주변 풍광이 아주 멋있고, 냇물과 산으로 둘러쌓여있어 푸근한 느낌이 들고, 사우나도 하고, 눈도 내리고 불도 피고…
이곳에서 며칠 쯤 더 머무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매일매일 걸어야하는 나는 아쉬움을 접고 또 떠나야지.
오전 10시에 배낭을 매고 아쉬운 Sälka를 출발했다.
여러번 얘기하지만 배낭커버가 없어서 여러모로 불편하고 아쉬웠다.
오늘은 9km 떨어져있는 Singi를 거쳐서 Kaitumjaure 못미쳐 어느곳에선가 머물 예정이다.
그럼 오늘도 걸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