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제주] 3일차 – 한라산 등반 시작 (2020년 2월 6일)
나홀로 캠핑을 했던 2014년 여름, 관음사 야영장에서 야영하고 한라산 정상에 처음으로 올랐었다.
그 후로도 제주에는 여러번 왔었고, 영실, 어승생악 코스로도 올랐었고, 아들과 함께 다시 정상에 도전했으나 낙석으로 인해 삼각봉까지만 진입이 가능하여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다.
정리하면 백록담이 있는 정상까지는 딱 한번 가본 것이다.
참고로 한라산에는 여러 등산로가 있으나 정상까지 갈 수 있는 노선은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코스 둘 밖에 없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과 달리 산장이 없어서 당일 등산만 가능하다.
관음사코스나 성판악 코스로 등산을 하려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출입허가(무료)를 얻어야한다. (글을 쓰는 현재 2020년 12월 27일에는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한라산 입산이 금지되었다.)
한라산에 오르면 2019년 가을 설악산 대청봉 등산과 지리산 천왕봉 등산에 이어 한라산까지 우리나라 3대 명산을 거의 한해에 오르는 것이다.
이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틈틈히 등산도 해서 몸도 만들었고, 등산 당일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하고, 등산하면서도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전날 올레시장에서 저녁 식사 후에 햄버거, 과일, 김밥 등도 구입해놓았다.
오늘 예정은 관음사 코스로 오를 것이고, 등반이 오전 6시부터 허용되어 새벽 일찌감치 호스텔 체크아웃을 하고 차를 끌고 갈 예정이었다.
새벽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나는 것에는 아무 이슈가 없었고, 씻고 먹고 짐 다 싸서는 이틀 잘 묵은 호스텔에 안녕하고 짐을 차에 싣고 출발하는데 차가 영 못나간다. 차가 왜 이러지? 문득 어제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하다는 경고등이 생각나서 다시 보니 역시 공기압이 부족하다는 경고가 떠 있고 나가서 보니 한쪽 바퀴가 펑크가 나있다.
오마이갓!
차량 내부를 찾아보니 렌터카 전화번호가 있어 사고나 응급 시에 연락을 달라고 써 있어 연락을 하는데 수십번 해도 받지를 않는다. 휴대전화로 해도 받지를 않는다. 으.. 네비게이션도 그렇고 이 렌터카 서비스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일단 다시 호스텔 방키를 챙겨서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고 생각을 정리해본다.
방법은 두가지이다.
- 카센터가 열기를 기다렸다가 바퀴를 수리해서 예정대로 차를 타고 간다.
- 대중교통을 타고가서 예정대로 등산을 하고 내려와서 다시 이곳으로 와서 바퀴 수리를 한다.
본래 오늘 계획과 일정은 차를 타고 가서 등산하고 절물 자연휴양림으로 가서 그곳에서 1박하는 것으로 절물 자연휴양림의 숲속의 집은 이미 예약해놓았다. 관음사에서 절물 자연휴양림은 그리 멀지 않아 동선이 자연스럽다. (그걸 고려해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잡은 것이다.)
오늘 등산 목표는 한라산 정상까지이고 넉넉히 6~7시간은 잡아야해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2안인 대중교통을 타고 가는 것으로 정했다.
버스를 타고 산천단 정류장까지 가서 그곳에서 또 갈아타거나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야하는데, 일단 첫번째 문제인 묵고 있는 호스텔에서 버스를 탈 서귀포시 구 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약 800미터 떨어져있는데 열심히 뛰어야 제때에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고, 이 버스를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한다는 것이다.
이때에도 또 고민이 생긴다. 뛸까? 그냥 이 버스 보내고 약 1시간 후에 있는 버스를 탈까? (제주는 노선에 따라 하루에 한두번 밖에 운행안하는 버스도 있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생각보다 행동이 빨라야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 때이고 이에 생각이 미치자마자 다시 체크아웃 (키만 리셉션에 잘 반납하면 된다.)하고 큰 짐은 차에 싣고 배낭만을 매고 정류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지금은 추억을 되새기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쓰지만 그때는 꽤 심각했다. 설상가상으로 화장실이 왜 이리 급한지 다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이 상태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버틸 자신이 없는데 어쩌지? 가다가 골목이 있으면 들어가서 염치불구하고 노상방뇨를 해야할까?
버스가 오기 정확히 1분 전에 구 버스터미널 정류장에 도착했고 그곳이 전에 터미널이어서였는지 마침 공중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편안히 물도 빼고, 딱 시간 맞춰서 도착한 버스에 무사탑승할 수 있었다. (그때 시간이 오전 7시 4분이다.)
자리에 앉으니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 왜 이리 파란만장하고, 스펙터클한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그제서야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때에서야 정신을 차려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차를 몰고 갔던 돈내코 유원지 가는 길을 따라 버스는 계속 올라갔고, 산천단 정류장에서 내렸다.
산천단 정류장에서 들머리인 관음사지구 탐방지원센터까지는 거리로는 약 3.7km이어서 그리 멀지는 않은데 걸어가기는 좀 그렇고, 버스는 또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한다. 오가는 차가 있으면 운 좋게 히치하이킹도 해볼만 한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 여러모로 불편하다. (이게 다 타이어 펑크 때문이고 렌터카 때문이야… 으…) 카카오택시를 부르는데도 잘 잡히지 않는다. 몇번 시도 끝에 카카오 택시가 잡혔는데 그 택시도 한 손님이 하도 여러 번 호출 하길래 사정이 있나보다 해서 들어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운이 좋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추억이 어린 관음사지구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그게 아침 8시 정각이다.)
처음 목표했던 6시 등산 시작보다는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8시 출발이어도 이슈는 없을테니 기념사진을 찍고 참으로 오랜만에 한라산 등산을 한발한발 시작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