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북한산 (2018-03-11)
북한산은 여러번 올라보았는데 거의 대부분 이북오도청을 들머리로 했었다.
이북오도청을 들머리로 하면 향로봉과 비봉 사이로 오르게 되어, 능선에 다다르게 되면 진행 반대편인 왼편에 향로봉과 족두리봉이 있어 이들 봉우리에는 올라본 적이 한번도 없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다.
따라서 이번에는 다른 곳을 들머리로 오르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를 들머리로 할지 고민이었다.
도봉산은 도봉산역이 있어서 들머리 선정이 쉬운데, 북한산은 그게 어려웠다.
검색을 해보니 불광역 9번 출구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바로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불광역 -> 들머리 -> 족두리봉 -> … … … -> 백운대 -> 도선사 -> 우이동 먹거리마을 날머리의 코스로 목표를 정했다.
이 포인트에서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다가 무심결에 오른쪽 구기동 둘레길 쪽으로 갔다. 족두리봉으로 등산을 하려면 왼쪽으로 가야했는데 잘못 진입한 것이다. 결국 해당 코스가 끝나는 곳까지 갔다가 이 길이 아닌가벼 하며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등반을 시작했다. 실수로 둘레길을 걸은 것이지만 둘레길 살짝 체험치고는 둘레길이 너무 좋았다. 북한산 둘레길을 다 돌려면 꼬박 이틀을 걸어야한다는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산을 아주 많이 타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등산을 해보았다. 북한산은 그 어떤 산에 비해서 손색없는 명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나 만이 아니라 산 좀 타 본 분들이면 대부분 엄지를 치켜드는 산이 북한산이다. 북한산의 높이는 700미터가 채 되지 않지만 위용과 매력과 재미와 아름다움이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일년 내내 북한산만 올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족두리봉은 족두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정상은 둥그런 바위로 되어있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여 올라야한다. 봉우리에 오르면 서울 강북시내와 북한산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동네 사는 분이면 매일 이곳까지만 오가도 등산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 건강을 챙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가다 뒤를 돌아보니 반구처럼 둥그런 봉우리가 보인다. 사실 저 봉우리가 무슨 봉우리인지 몰랐는데 어느 커뮤니티에서 알려주어 알게 되었다. 이 곳은 북한산 관봉이란다. (아래 사진)
그리고 사실 관봉과 향로봉은 오르지 못했다. 관봉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고 (관봉에 관해서는 표시가 없다.) 향로봉은 가던길에서 유턴하여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조만간 북한산을 다시 올라 관봉과 향로봉을 제대로 알고 올라봐야겠다.
향로봉을 지나면 비봉이 나오는데 비봉 위에는 진흥왕 순수비가 있었고, 현재는 보존을 위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놓았고, 그 자리에 모조품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진흥왕 순수비는 국보 3호이고, 추사 김정희 선생이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선의 국사 무학대사비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비봉도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해서 오르지는 않고 그냥 옆길로 능선을 즐기기만 했다.
비봉을 지나서 잠깐만 더 걸으면 사모바위가 나온다.
사모바위는 어느 부인이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바위가 되었다는 그런 ‘사모’한다는 의미나 전설을 담은 ‘사모’가 아니라, 문무백관들이 관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를 의미한다. 능선의 바위 위에 덩그러이 놓여있는 사각의 커다란 바위가 그 모자(사모)와 닮았다고 하여 ‘사모’ 바위라 이름 붙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곳 북한산에는 여인의 족두리와 남자의 사모로 봉우리와 바위의 이름을 붙여 음양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번 등산에서는 족두리봉을 제외하고는 등산 중에 봉우리에 오르지 않았다. 문수봉도 가파른 바위를 줄을 잡고 오르면 시원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데 그런 릿지 산행은 이따 백운대에서 만끽하기로 하고 오늘은 능선따라 유유자적하게 걷는 산행을 즐기기로 했다. 문수봉 옆길로 돌아가는 길도 꽤 힘든 언덕길로 그 길 끝에는 청수동암문이 나오고, 그 문을 경계로 보통 계절이 달라진다. 지난 2011년 3월 등산 때에도 이 문을 경계로 눈이 쌓인 겨울이 펼쳐졌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부터 보통 등산을 갈때 4월까지는 아이젠을 가지고 다닌다.
청수동암문을 지나서는 북한산성을 따라 길게 빙 돌아간다. 대남문, 대성문,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등 옛 북한산성 문을 지나가다보면 백운대가 점점 눈 앞에 다가온다.
백운대까지 오르는 최종 길은 거의 암벽 등반 수준의 난코스이다. 이날 산행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외국인 등산객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여성 등산객들이 많았다. 내가 외국에 갔을 때 등산을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한국에 와서 등산을 하며 우리나라의 이런 명산을 즐긴다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나 외국인 입장에서도 참 좋은 것 같다. 한 나라의 수도에 이런 국립공원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하는데 다시 생각해도 북한산과 도봉산은 참으로 명산인 것 같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백운대까지 올랐다. 쇠줄, 밧줄을 잡고, 두손 두발 다 써야 오를 수 있다. 백운대에는 1년 365일 태극기가 휘날린다. 검색을 해보니 어느 개인이 지속적으로 태극기를 교체하며 게양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링크)
정상에서 한참을 주변 풍광을 살펴보고, 그 살짝 아래의 너럭바위에 앉아 또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주변에 도봉산과 북한산 봉우리들, 서울 시내가 보여 한참을 앉아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힐링이 되었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해가 저물지만 않으면 하루종일이라도 앉아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한참을 있다가 백운봉암문을 통해 도선사 쪽으로 내려온다. 하산길은 눈길도 아니고 얼음길로 많이 미끄럽다. 종종 아이젠을 차지 않은 분들이 보였는데 정말 엉금엉금 힘들게 내려가야했다. 정말 산에 갈때 적어도 4월 초까지는 아이젠을 가지고 다니는게 좋을 것 같다.
백운대에서 도선사까지도 한참 걸리고, 도선사에서 우이동 종점까지도 한참 걸린다. 하지만 여유로운 하산길이라 길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한참을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면 하나둘씩 식당이 보이고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전에 없었는데 우이신설 노선이 생기고, 그 종점이 북한산우이역이어서 북한산과 도봉산 혹은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에 접근성이 좋아졌다.
이날 미세먼지가 많아 야외활동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었으나 북한산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고, 이 글을 쓰며 당시 사진을 보니 다시 북한산이나 도봉산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조만간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설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등산은 언제나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