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제주] 1일차 – 제주 애월에서 봉변 그리고 산책 (2020년 2월 4일)

Published by Jaesung on

날이 참 좋다.

하늘을 날때에는 비행기 좌석 가운데에 앉아서 창밖 풍경을 볼 수 없었는데 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눈 쌓인 한라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차를 타고 서쪽해안을 따라 갈 때에도 한라산은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며 그 모습을 내게 보여주곤 했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으면 좋겠다. 한라산을 내일 갈지, 모레 갈지 정하지 않았는데 가기는 갈거다. 다만 일기예보에서 내일은 그동안 없던 한파가 닥친다고 하여 조금 우려가 된다.

한라산 정상에 가려면 미리 입산 선착순 예약을 해야한다. 평일이라 순서는 넉넉한 것 같다. (https://visithalla.jeju.go.kr)

추억이 있는 도두봉 주변과 이호테우 해변을 지나면서도 한라산을 바라본다.

도두항에서 본 한라산

이호테우 해변에서 본 한라산

그렇게 여유롭게 구경을 하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가다가 애월에 도착했다. 이름도 시적인 ‘애월’은 제주에서 왠지 마음이 끌리는 곳이다. 가다가 주차장이 보여 차를 세우고 보니 역시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의 모습을 주변의 방해 (전봇대, 지붕 등) 없이 보고,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애월 구엄포구 근처의 주차장. 물고기 입장에서는 참 섬뜩한 조각이다… 🙂

아까 공항, 도두항, 이호테우에서 보던 한라산 정상과는 다른 모습이 보인다. 저런 건물이 없는 한라산 정상을 보고 싶었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인상적인 동네 나무도 있어 렌즈에 담는다.

가다보니 어느 담이 보인다. 내륙처럼 문이 달려있지 않고 뚫려있다. 그 문으로 들어가면 건물, 전봇대 등의 방해없이 한라산을 오롯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 문으로 들어가려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문은 정말 어느 집, 혹은 농장의 문이었다. 안에 있는 건물에서 어떤 한 70대 노인분이 나오다가 그 대문 없는 문으로 들어서는 나를 보았다.

나를 보고는 누군데 여기로 들어오느냐고 묻길래, 여행객인데 한라산이 잘 보여서 사진 좀 찍으려고 한다고 정중히 얘기를 했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나를 도둑 취급하면서 문 밖으로 나가라고 성화다. 사진 한방만 찍고 나가면 안되겠냐니 말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 처음 보는 사이에 말을 함부로 하면서 네가 여행객인지 도둑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왜 함부로 들어오느냐고 말을 막한다. 아버지 뻘의 노인만 아니었으면 싸울 뻔 했다.

남의 집 문에 들어선 것은 사실이니 미안하다고 했는데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을 함부로 하는 그 노인에게 매우 기분이 나빴다. 제주도를 좋아했는데 제주에 대한 이미지 자체도 나빠지는 순간이었다. 제주에는 세가지(거지, 도둑, 대문)가 없다는 말도 옛말 혹은 거짓인가 보다. 내가 어디로 봐서 도둑으로 보일까… 그리고 도둑으로 보일지라도(?) 도둑질을 안했는데 뭘 그리 화를 내고 욕까지 하나… 어이가 없다. 나도 무척 화가 나서 함께 욕하고 싸울까 싶다가 그냥 아무말 없이 뒤돌아 나왔다.

2018년 3월에 제주에 왔을때 어느 버스에서 노인카드를 제대로 보여달라는 버스 운전사의 말에 노발대발하던 성격 급한 제주 노인분 일화가 생각났다. 일부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제주는 섬이어서 그런지 인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니면 내가 운 나쁘게도 몇 안되는 분노조절장애인들을 만난것인가…

제주를 좋아했고, 애월을 애뜻해했는데 그 감정이 깨졌다.

이는 제주 애월에서의 봉변이라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차로 돌아와 마음을 추스리고 길을 떠난다. 애월이 꼴도 보기 싫다. 차를 몰아 계속 서쪽으로 간다. 전에 눌치재 주인장들과 산책을 했던 애월한담해안산책로 가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로 내려간다.

애월한담산책로 앞에 있는 해녀상…

이 길을 처음 걸었던 것은 2017년 한 여름에 배낭을 메고 올레길을 걸었을 때였다. 그 때 이 길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벌써 이 길을 네번째 걷는다. 얼마전에 효리네 민박에서도 이 길을 걷는 모습이 나왔던데… 참 예쁜 길이다. 길도 예쁘고, 바다도 예쁘고, 낙조도, 노을도 예쁘다. 애월 낙조… 이름도 참 멋있다.

애월의 바다…

이 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곽지과물 해변이 나온다. 역시 곽지과물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들이 많다.

애월한담해변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벤치가 하나 있다. 이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을… 아니 멍을 때렸다. 평일, 고요함, 바다, 파도, 하늘, 낙조… 모든게 너무도 평온했고 아름다웠다. 이대로 하루종일도 앉아있겠다… 후에 아내와 함께 와서 이 벤치에 함께 앉자고 다짐했다.

제주는 산도 좋지만 난 우선 제주 바다다… 제주의 바다와 이 돌이 너무 좋다.

전에는 못본 안내판이 생겼다.

멋드러지게 구부러진 애월한담해변 산책로… 여유롭게 유유자적 걷기에 너무도 좋은 길이다. 강추!

해가 지는 것을 보고 싶었으나 그러려면 한참을 더 머물러야하고, 오늘의 잠자리는 이곳에서 꽤 떨어진 곳이어서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목적지인 서귀포의 숙소 (HY CHOI Hostel)로 네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하고 달린다. 전기차라 정숙하고 기분좋게 나아간다.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해가 지는 모습과 색깔이 인상적이어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제주에 올 때마다 이런 해와 하늘색을 한번은 보는 것 같다. 내륙에서는 일년 중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그런 파란 하늘과 노을의 멋진 색깔이다. 별 것 아닌 모습과 사진인데도 뭔가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은 여행이기에 받는 느낌일 것이다.

서귀포 시내에서 묵는 것은 처음이다. 찾는데 조금 애먹었지만 좋은 위치에 있는 좋은 호스텔이다. 코로나가 신경쓰여서 1인실에 묵는데 가격도 착하다. 시설도 좋다. 위치도 좋다. 여행이 주는 노곤함을 제대로 풀어주는 고마운 호스텔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푼다. 내 방은 꼭대기 층인 7층이다. 705호.

점심을 늦게 먹었지만 여행 중에 다 꺼졌다. 저녁을 먹으러 호스텔을 나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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