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행기 (2017년 1월 15일)
일요일 오전에 멍하니 있다가 그냥 충동적으로 떠났다.
바깥은 한파라고 했지만 그냥 아무 생각하지 않고 짐을 추려 배낭을 매고 나왔다.
배낭에는 초콜릿, 과자, 귤, 물만 집어넣었다.
가끔 머리는 무언가를 하기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섰다. 그 시간이 대략 10시 경.
전에 갔던 북한산 등반 코스를 생각해보니 들머리를 이북오도청으로 잡았던 것 같다.
역시 이번에도 이북오도청.
가는 길은 광역버스를 타고 종로에서 내려서 그곳에서 버스를 한번 더 타고 가면 된다.
요즘은 어차피 교통앱이 워낙 자세히 가르쳐줘서 그렇게 갔다.
분당구청 앞에서 8100번 버스 타고 가다가 종로에서 내려서 7212 번 버스 타고 종점인 이북오도청에서 내렸다.
이북오도청. 이름에서 뭔가 분단의 현실이 느껴진다.
통일이 되지 않아 이북에 다섯개 도(황해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가 있고 그 도를 관장(?)하는 행정기관이 이북오도청이란다.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무위키의 내용을 보면 도지사는 명예직으로 차관급 대우를 받는데 연봉도 1억이 넘고 관용차와 기사, 비서등이 제공된단다. (명예직이면 하는게 없는건데… 음…)
어쨌든 이 문제의 이북오도청을 들머리로 해서 등산을 시작했다.
비봉휴게소에서 김밥을 사려했는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김밥은 다 떨어지고 없단다. (당시가 11시 30분). 할 수 없지 그냥 가야지…
날씨가 참 좋았다.
한파라고 했었는데 동장군에 미세먼지가 싹 날아갔나?
요즘 보기 힘든, 그것도 서울에서 보기 힘든 쪽빛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북한산은 서울에 있는 산으로 안가본 사람은 ‘서울에, 수도에 있는 산이 뭐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산은 정말 대단한 명산이다.
그 산세며,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이 대단하다.
괜히 북한산이 국립공원이 된게 아니다.
한 나라의 수도에 이런 명산, 국립공원이 있는 사례가 없는지, 드문지 하여튼 귀한 경우라고 한다.
북한산에 안가본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바란다. 꼭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상관없다.
산은 등산이 아니라 입산이 좋은거니까…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하늘은 파랗지만 서울 시내는 역시 뿌옇구나.
이렇게 대략 한시간쯤을 오르다보면 드디어 비봉능선에 다다른다.
난 산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능선따라 완만하게 걷는 것이다.
비봉능선에는 왼쪽부터 관봉, 비봉, 사모바위, 문수봉 등이 늘어서있다.
비봉 꼭대기에는 진흥왕 순수비 사본이 세워져있다.
본래 진흥왕 순수비는 서기 555년에 신라가 한강 하류를 백제와 고구려에게서 빼앗은 후 여기 비봉위에 세웠다고 한다. (국보 3호)
현재 실물은 국립박물관에 옮겨져있고, 비봉 꼭대기에는 사본이 세워져있다. (위키 참조)
북한산을 한 다섯번 이상 오른 것 같은데 비봉에는 한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비봉 꼭대기는 가파르고 위험해보인다.
오르는 코스가 있기는 한데 살짝 아찔하다. 음…
비봉에서 10분쯤 가면 사모바위가 나타난다.
이런 바위가 어떻게 이곳에 뚝 떨어져 홀로 있는지 신기하다. 이래서 전설이 만들어지나보다.
사모바위 옆에는 넓직한 공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식사나 간식을 먹거나 잠시 휴식을 취한다.
많은 사람들이 컵라면, 막걸리 등을 마시던데 나는 그냥 견과류나 조금…
(다음에 올때 꼭 컵라면과 막걸리를 가져오겠어… 산에서 먹는 그 맛… 크~~)
사모바위를 지나 계속 간다.
오늘은 뚜렷한 목적지는 없다. 날머리만 대략 도선사로 예정해두었다.
재작년에 왔을때에는 문수봉 꼭대기에 올랐는데 아주 아찔한 코스이다.
오르면 사통팔달 참으로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눈도 있고 미끄럽기도 하여 문수봉을 오르지는 않고 옆으로 우회했다.
시간도 꽤 지났고, 정상까지 올라가기엔 컨디션이 부담스러워 목전에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에는 산에 가면 반드시 정상을 찍고 내려왔는데, 이젠 그런 욕심도 접을 줄 알게 되었나…)
도선사로 내려오는 것은 참 오래간만인데 그동안 정비를 했는지 절도, 길도 많이 바뀌었더라.
하루종일 산을 타고 내려와서 그런지 절에서부터 계속 매연 냄새가 코를 자극해서 좀 힘들었다.
주변에 북한산 둘레길도 있던데 그 길을 계속 매연을 맡으며 걸어야하는건 아니겠지?
약 6년전에 회사 동료와 함께 왔을때 맛있게 먹었던 버섯전골 집을 찾아보았는데 위치는 맞는 것 같은데 식당이 바뀌었는지 없어졌는지 못찾겠더라.
대신 비슷한 위치의 식당에 들어가 따뜻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이동에서 분당까지는 꽤 멀고 길다.
산을 타는 시간보다 이렇게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시간이 더 힘든 것 같다.
어쨌든 충동적으로 나선 산행이었는데 산은 언제나 좋다.
다음엔 어디를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