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등산기 (희방사역 – 연화봉 – 비로봉) – 2017년 2월 19일
9시간에 걸친 산행에 몸은 휴식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본래 생각은 밤에 일어나 쏟아지는 별을 두 눈에 담고자 했으나 한번 누워버린 몸과 정신은 아침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6시 30분은 되어서 일어나 혹시 아직 별이 보일려나 하고 방만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그 시간은 별이 아니라 해를 맞이할 시간이었다.
어제 비로봉까지 다녀왔으니, 오늘은 연화봉까지만 가서 다시 바로 희방사로 내려갈 예정이다.
예약한 청량리행 기차가 4시 넘어서라 시간이 넉넉하다.
몇몇 분들은 새벽 혹은 아침 산행을 서둘러 가지만 나는 일부러 느긋느긋, 느릿느릿 식사하고, 짐 정리하고 여유를 부린다.
대피소는 11시까지 퇴실이다.
10시 넘어서 슬슬 짐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한다.
짐을 챙기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온병이 보이지 않는다. 🙁
어제 점심 때 사발면을 먹을때 이용했었고 어제 저녁에 이곳에 짐을 풀 때에도 봤던 것 같은데 없다.
내가 어디서 분실을 했는지, 어둠속에서 짐이 헛갈려서 다른 분 짐으로 잘 못 들어갔는지 결국 그 보온병은 찾지 못했다. 힝…
어제 등산을 시작할 때에 비해 배낭 무게가 많이 줄었다.
보통 당일치기 등산을 할 때면 물 1리터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물론 계절에 따라 필요양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소백산처럼 좀 더 긴 코스면 1리터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어제는 1리터짜리 수통 두개에 물을 가득 채워 왔다.
거기에 사발면을 먹기 위해 보온병에 끓인 물을 담아왔다. 용량은 대략 0.5 리터일 것이다.
그리고 산에서 먹는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해 750밀리리터 장수 막걸리 한병. 🙂
이 무게만 해도 4kg이 넘을 것 같다. 🙂
막걸리는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으로 다 마셨고,
보온병에 담긴 물은 어제 점심 때 사발면 용으로 다 썼고, 이제는 보온병까지 없어졌고
물은 2리터를 어제 다 마셨고, 오늘은 한 800밀리리터 정도만 담았으니 어제에 비해 무게가 확 줄었다.
배낭이 가벼워 전혀 힘들지 않다.
누군가 그랬다던데, 배낭의 무게가 욕심의 무게와 비례한다고…
내 욕심이 과했구나…
희방 3주차장을 지나 오솔길로 내려간다.
식사 시간대가 아니어서 식사 되냐고 여쭈니 당연히 된다고 어서 들어오라고 반겨주셨다.
식당에 손님은 나 혼자였다.
여기 어떤 메뉴 있나요? 라고 여쭈니 ‘청국장 맛있게 끓여드릴까요?’ 라고 제안을 해주셔서 기분 좋게 대답을 했다. ‘네~~~’
새로운 낯선 곳에 가서 그곳의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청국장을 먹은 김에 아까 보았던 장독대가 있던 곳에서 된장을 구입할 수 있을까 싶어 가보았다.
가기 전에 전화도 시도해보았는데 받지를 않는다.
가서 계시냐고 불러도 보았는데 대답이 없다.
문도 닫혀있다.
결국 된장은 못사고 사진만 몇방 찍고 나왔다.
소백산 된장을 못산게 아쉽다.
이제 기차를 타고 올라갈 시간이 거의 되었다.
희방사 역에도 나밖에 없다.
올라갈 분들은 이미 다 올라갔나 보다.
기차가 오기까지 텅빈 역 주변을 둘러보며 그곳의 모습을 담는다.
여행이 마쳐질 때의 그 어떤 느낌이 있다.
뿌듯함과 아쉬움과 그리움과… 뭐라 말할 수 없는 여러 느낌이 섞여있다.
그 느낌이 여행의 맛인 것 같다.
기차는 정확히 정시에 희방사역에 도착했고, 탑승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
약 2시간 40분 걸려 청량리역에 도착했고,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박 2일 소백산 산행이었다.
여행이 주는 이 다채로운 맛 때문에 여행을 멈출 수 없다.
다음에는 어디를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