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음악과 홍차 – 2017년 4월 15일
Mozart 피아노 협주곡 17번, K.453
블로그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 게 되었다.
음악, 책, 홍차, 글쓰기, 여행…
아침마다 음악을 틀고, 홍차를 마시며 쓰고 싶은데로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참 좋다.
동지가 지난 지 한참이 되어 이제는 꽤 일찍 창 밖이 어슴프레 밝아온다.
집에서 보면 나 혼자 깨어있는 것 같지만 밖으로 나가보면 세상은 다른 많은 사람들의 부지런함과 수고로 돌아가고 밝혀지고 있음을 안다.
모차르트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 중학생 때 였을 거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그와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경외는 바뀐 적이 없다.
수험생으로서 공부를 할때에도, 연구를 할때에도, 길을 걸을때에도, 책을 볼 때에도 그의 음악은 늘 함께 하였다.
음반을 하나하나 신경 써 구입을 했고, 수년 전에는 기념으로 전집을 구입을 했다.
거의 대부분의 그의 음악을 들었지만 한곡 한곡에 대해 나의 소감을 담은 적이 없기에 이곳을 통해 하나씩 담아보려한다.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곡을 들을까 하고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피아노? 교향곡? 실내악? 오보? 오페라? 아리아? 초기작품? 클라라 하스킬? 그냥 랜덤으로 들을까?
디지털로 변환하여 하드디스크에 담긴 앨범 목록을 쭉 훑어보다가 스크롤이 멈춘 곳에서 오늘의 곡을 고른다. 사실 많이 고민하거나 망설이지는 않는다. 그의 음악은 다 좋으니까…
그렇게 해서 오늘 고른 곡이 피아노 협주곡 17번, G장조 K.453이다.
1784년 비엔나에서 작곡. 그의 나이 28세.
대부분의 경우 1악장부터 끝까지 쭉 듣는 편이지만, 이 곡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듣고, 그 악장만 주로 즐겨듣기도 했던 악장은 2악장 안단테이다.
‘안단테’… 단어의 느낌도, 발음도 참 좋다.
모차르트의 느린 악장.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혹시라도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의 느린 악장 곡들을 들어보면 좋겠다.
곡을 여는 1악장도, 마감하는 3악장도 다 좋지만 나는 그의 느린 악장, 많은 경우 2악장을 참 좋아한다. 안단테, 안단티노, 아다지오…
내가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는 느린 악장들이 있다.
피아노 협주곡에서만 아주 인심 박하게 골라도 오늘의 이곡 외에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 안단테
피아노 협주곡 9번 2악장, 안단티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안단테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 로망스
피아노 협주곡 18번 2악장, 안단테
피아노 협주곡 24번 2악장, 라르게토
피아노 협주곡 22번 2악장, 안단테
등이 생각난다. 그 외 다른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 등을 망라하면 끝이 없다.
이곳에서 차차로 하나씩 풀어나가련다.
이곡의 2악장은 정말 많이 쓸쓸한 느낌이다.
요즘 같은 봄 보다는 가을에 들으면 너무 처연할 것 같은 음악이다.
나는 왠지 이 곡의 2악장을 들으면 어느 비오는 다리를 혼자 우산을 쓰고 걷는 코트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왜 그럴까?
모차르트가 정말 개구장이 같은게 이런 2악장을 듣고나서 바로 생기발랄하게 뛰어다니는 3악장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사람 마음을 이렇게 쥐락펴락하다니…
오늘 아침도 모차르트로 힐링하고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