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눈뜨면 하는 6가지 일들
전에 쓴 것처럼 나는 아침, 보다 정확히 말하면 새벽에 잠에서 깬다.
나도 사람인지라 안락한 침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밍기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있고 이를 단칼에 근절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으니 그건 바로 침대에서 의식이 돌아오면 바로 목욕탕으로 가서 머리를 감는 것이다.
머리를 감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Streaks라는 앱에 하루에 반드시 할 6가지를 등록해서 꼭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 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첫번째는 이미 말 한 것처럼 머리감기이다. 샴푸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쿨샴푸로 바꾸었다. 쿨샴푸가 아니어도 머리를 감으면 물이 닿기 때문에 상쾌함을 선사하고, 이는 육체적 졸음도 제거해주지만 정신적으로 시원함도 선사한다. 머리 감기 대신에 세수를 한 적도 있는데 이는 머리감기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효과가 적고 만족감도 적다. 샤워는 효과는 보다 확실하겠지만 좀 과한면이 있어 마음에 부담으로 다가와서 실행을 안할 때가 있어 세수와 샤워의 중간인 머리 감기가 내게는 딱인 것 같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수행한지 오늘로 50일이 되었다.
두번째는 지금은 공개하지 않겠다. (다음 기회에…)
세번째는 108배 하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108번 절을 하는 것은 아니고 처음에 33번 부터 시작해서 하루에 2회씩 증가시키고 있고 오늘 아침에는 63번을 했다. 어떻게 이 108배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런 걸 해볼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 올랐고,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생각난 것은 머리로 가능성과 이해여부를 헤아리기보다 지체없이 몸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처음에 33번이라는 횟수를 택한 것도 그냥 그 개수부터 하자고 감각적으로 이유없이 고른 숫자이다. 이렇게 수십 번의 절을 함에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아직 어떤 효과를 논하기에는 좀 이르지만 느낌은 좋다. 10분이 채 안되는 절하는 시간동안 여러 생각과 계획과 다짐, 추억, 상념, 반성 등이 뇌리를 지나가고 어느 순간에는 잠깐이나마 그야말로 무념무상이 되기도 한다. 30번을 넘어서면 호흡이 살짝 가쁠 정도가 되고 등과 가슴에 땀이 살짝 배인다. 바닥에 두툼한 방석을 놓고 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는 않는 것 같다. 상체를 바닥에 쭉 펴며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을 하게 되고 다리, 허리, 배, 상체 전체에 기분 좋은 뻐끈함이 느껴진다. 이렇게 수십 번 절을 하고나면 입이 바싹 말라 저절로 물을 찾아 마시게 된다. 오늘로 15일 째가 되었다. 108배에 종교적인 의미는 없고 종교적인 방식으로 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다.
네번째도 공개하지 않겠다. (부끄부끄…)
다섯번째는 턱걸이 하기이다. 사실 바로 턱걸이를 하지는 않고 다른 행동을 하는데 이는 Streaks 목록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그것은 바로 홍차를 우리는 것이다. 이 과정을 좀 자세히 쓰면, 다기 세트를 꺼내서 닦고 뜨거운 물을 담아 예열시킨다. 약 400ml의 생수를 끓인다. 오늘은 어떤 홍차로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날에 눈에 띈 우연에 따라 홍차를 선택한다. 4g의 홍차를 전자저울로 정확히 무게를 잰다. 물이 끓으면 4g 홍차를 우리는 다기에 넣고 물을 붓는다. 타이머를 4분에 맞춘다. 이렇게 차가 우려지는 4분 동안에 턱걸이를 한다. 🙂 턱걸이도 바로하는게 아니라, 셀카봉이면서 스마트폰 받침대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카메라 앱을 구동시켜 동영상 촬영모드로 설정한다. 셀카봉 각도와 카메라 구도를 맞춰 촬영 준비를 한다. 이때까지는 보통 러닝셔츠 외에 상의를 입고 있는데 촬영을 위해 상의를 탈의한다. 🙂 셀카봉에 딸린 블루투스 리모콘을 꺼내 스위치를 누른다. 한번 누르면 전원이 들어오고 한번 더 누르면 촬영이 시작된다. 삐빅 소리가 나면 턱걸이 봉을 잡고 힘을 써서 턱걸이를 한다. 턱걸이 촬영에는 보통 1분에서 2분 정도가 소요된다. 턱걸이를 마치면 리모콘을 한 번 더 눌러 촬영을 중단하고 촬영된 동영상을 돌려 보며 오늘 어땠는지 느껴본다. 동영상을 보는 중에 타이머가 울어 홍차가 다 우려졌다고 알려준다. 잘 우려진 홍차를 다기에 옮긴다. 좀 진한 홍차면 레몬을 덤으로 넣는다. 홍차가 우려진 다기세트를 들고 컴퓨터가 놓여있는 내 책상으로 간다.
여섯번째 향긋한 홍차를 마시며 블로깅을 한다. 홍차와 음악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있고, 턱걸이에 대한 글을 쓸 때도 있고, 어제 썼다가 임시로 저장한 글을 다시 꺼내 마무리 지을 때도 있고, 그 순간 떠오른 우연한 주제에 대해 무작정 쓸 때도 있다. 가급적 이 시간에는 글을 쓰려고 한다. 홍차 400ml는 잔으로 2잔이 나온다. 향기로운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시간이 참으로 여유롭고 흡족하다. 글을 쓰면 블로그에서 ‘발행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임시저장’ 버튼을 누르거나, ‘예약 발행’ 버튼을 누른다. 여기까지 해야 Streaks의 여섯가지 일이 마쳐진다. 이제 나머지는 옵션이다.
블로그에 글을 써도 시간이 남으면 보통은 책을 읽는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보면 미리 맞춰놓은 알람이 운다. ‘산책갈 시간!’ 이라는 문구를 담은 알람. 오전 7시다.
산책 용 옷으로 챙겨 입고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보통은 집 근처 공원으로 간다. 내가 항상 걷는 산책 코스가 있다. 언덕길인데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인기있는 길은 아니다. 하지만 그 길도 정식 산책로로써 그 길을 통해 언덕 꼭대기까지 가는데에는 10분이 걸린다. 매일 걷는 길이지만 계절, 시간, 날씨, 햇살의 정도 등에 따라 풍경과 느낌이 매일 다르다. 매일 찍는 풍경이지만 오늘도 찍을 거리가 생긴다.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물체가 보이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잠시 숨을 멈추고 그 모습을 앵글에 담는다. 그렇게 여유롭게 산책을 하다보면 또 알람이 운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더 걷고 싶지만 출근을 해야하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린다. 다시 돌아가는 익숙한 길이 있어 보통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지만 마음 내키는데로 이길이나 저길로 아무렇게나 간다. 모로 가도 집에만 가면 되지 않는가. 집에 가다보면 운동기구가 모여 있는 곳이 있고 그곳에도 철봉이 있다. 참새가 방아간을 못 지나치는 것처럼 철봉을 만나면 턱걸이를 한다. 집에서 하는 것만큼 개수는 되지 않지만 그래도 제대로 턱걸이를 하고서 다시 길을 나선다.
집에 오면 보통 7시 40분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산책으로 온 몸에 땀이 흥건하다. 목욕탕으로 들어가 비누없이 물로만 샤워를 한다. 머리는 아까 새벽에 감았으니 머리 감기는 생략하고 몸에서 물로 땀만 씻는다. 샤워를 하고 나와 영양 요거트 식사로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한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에 있고, 아내는 식탁 맞은 편에 앉아서 식사하는 나를 지켜본다.
쓰고 보니 새벽부터 아침까지 참 많은 일을 한다. 이렇게 한지 길게는 50일, 짧게는 십여일이 지났다. 내게 맞는 생활인 것 같고 만족도가 참 높다.
쓰고보니 신선 놀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엔 힘들어보이고, 참 애쓰며 산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으나 이는 나의 패턴이고, 나의 습성이고 나의 리듬이고 나의 소망이 담겨져있는 나의 선택이다. 나는 즐겁고 뿌듯하다.
오늘 공개하지 않은 두번째, 네번째도 조만간 공개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108배도 실제 108배로 개수가 늘어나 108번 절을 하면 어떤 느낌이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
홍차도, 턱걸이도, 108배도, 산책도 매일매일 하는 것에 소소하지만 무한한 즐거움을 느낀다.
일신우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