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대한 추억, 그리고… (2)
창간호 아이큐점프의 만화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고 이상무 작가의 제 4지대와 이현세 작가의 아마게돈이었다.
그동안 보아오던 작고 까불까불한 독고탁이 아니라 얼굴은 독고탁인데 아이가 아닌 어른이고, 내용이 많이 진지하고 주제와 그림, 전개도 확실히 청소년물이었다. 내 기억에 첫 창간호의 동굴 속 에피소드에서 여성(아마 엄마)의 가슴 부분도 묘사되고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는 청소년이 부모님과 함께 보기는 좀 어색한, 그 당시까지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레벨의 ‘순수’ 청소년 대상 만화였던 것 같다.
마지막 결말이 인공지능과 싸워서 인류를 구하는 내용 같았는데 뭔가 이상하고 약간은 찝찝한 느낌의 결말이었던 것 같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언제나 불편한 느낌을 준다.)
내가 잡지에서 본 이상무 작가의 작품은 이것이 마지막이었고, 그 후론 신문 등에서 간간히 골프에 대한 연재물을 보다가 어느날 작고의 소식을 들었다. (기사 링크)
아마게돈은 위키(링크)에서 보면
하르마게돈(고대 그리스어: Ἁρμαγεδώνˌ, 라틴어: Harmagedon, 히브리어: ארמגדון 하르므깃도)은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세기말 선과 악이 싸울 최후의 전쟁터로, 대개의 문화에서 시간의 끝이나 혹은 그와 비슷한 재앙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마겟돈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 단어 Har Megiddo (므깃도의 언덕, 히브리어: הר מגידו)에서 왔으며, 고대에 많은 전투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 만화에서도 ‘인류 최후의 전쟁‘이라는 표제를 갖고 진행했던 것 같다.
초반에 꿈을 통한 현재와 미래의 교차, 미래에서 온 듯한 금발 미녀 마리, 주인공을 해치려는 로봇인지 괴물인지 비현실적인 인물들과 환경은 환상적인 요소가 강했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스케일과 미래적 요소에 흥분하며 만화를 보았었다. 어찌보면 영화 터미네이터가 많이 연상되는데 찾아보니 그 영화가 1984년에 국내 개봉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참고하지 않았나 싶다.
전에 고교외인부대에서도 엄지의 비극에 멘붕을 당했었는데, 작가가 그런 요소를 좋아하는지 여기에서도 여성 주인공 같았던 여성 캐릭터(마리)를 므흣한 목욕신 이후에 아주 간단히, 예고도 없이 없애버리는 바람에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부분은 후에 이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영화는 실패하지만 OST는 성공했던 그 포인트가 된다. (마리야~~)
마리의 희생으로 주인공 오혜성이 미래로 간 후부터 작화가 많이 변화되고 이현세 작가 특유의 멋드러진 그림체가 없어져 조금씩 실망감을 갖게 되다가 내용도 이상하게 산으로 가서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감상했던 만화가 되지는 못했다.
나보다 살짝 이후세대가 기억하는 아이큐점프의 대표작(?)은 제 4지대도 아니고, 아마게돈도 아닌 바로 이 작품일 것이다.
처음으로 한국에 정식 발매된 일본 만화가 드래곤볼이란다. (관련 링크)
1989년 12월에 아이큐점프의 별책부록으로 드래곤볼이 연재되었고, 본지보다 인기가 많은 별책부록을 통해 드래곤볼을 감상하다가 고등학생으로서 학업에 매진하면서 수년간 지속되었던 만화잡지 구독을 전격 중단하였다.
하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은 알 것이다. 일본보다 한국 연재가 시간차를 두고 늦게 진행되었고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한 해적판 드래곤볼이 얼마나 많이 나왔고 인기가 있었는지를…
당시 학교(나는 고등학생이었다.)에서 이 만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서유기, 손오공을 모티브로 한 만화로 익숙한 주제이고, 그림은 깔끔하고 귀엽고, 내용은 무술을 수련하고 모험을 떠나고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 아리따운 여성은 종종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고, 가끔은 본의는 아니지만 노팬티 장면이나 목욕신도 선사하고 가슴을 노출하기도 하고… 청소년들의 욕망과 동경과 감성, 승부욕을 자극하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전투 능력에 있어 끝없는 진화를 보여준 만화이다. 초반 피콜로와의 승부때 정점을 보여준 줄 알았는데, 그건 소위 조족지혈(새발의 피)이었다. 초사이언인의 등장으로 그동안 가로막고 있던 레벨 제한의 봉인은 풀렸다. 지구 레벨에서 우주 레벨로 열린 것이다. 신(God) 조차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환상과 재미는 무한대로 증폭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의 공포와 재미가 극대화 되었을때에는 프리저의 대변신때였다.
압도적 파워의 프리저에 의해 크리링이 비극적으로 죽고 (후에 되살아나지만…) 그 충격에 따른 분노로 손오공이 전설의 초사이언이 되고 우주 최강인 줄 알았던 프리저를 가지고 노는 장면에서는 요즘말로 소위 사이다였다.
드래곤볼은 재미있었다. 찾아보니 요즘도 그 세계관은 계속 확장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계속 제작되어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검색해봐도 드래곤볼에 대한 매니아와 분석 자료 등은 무수히 찾을 수 있다.
얼마전에 갔던 도서관에서 보니 드래곤볼에 대한 평론서, 해설서까지 나와있다. (링크)
개인적으로 드래곤볼에서 가장 인상깊은 필살기는 ‘원기옥’이라 생각한다.
손오공은 이 기술을 써서 적수를 모두 물리친다. (초반 지구로 쳐들어온 베지터, 초사이어인이 되기 전에 프리저에게는 들켜서 실패, 마인부우 등)
요즘 공유 경제, 재능기부 등이 이슈이고 이에 기반한 산업, 서비스 등이 크게 두각을 내고 있다.
AirBnB, 우버, Car Sharing, Kickstarter 같은 크라우드 소싱 등이 모두 현대판 원기옥인 것이다.
우리 용어로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이다. 한 숟가락씩 덜어 모아서 밥 한그릇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당시에 드래곤볼은 계속 연재중인 상태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드래곤볼의 세계관은 지금도 팽창하고 있고, 손오공의 전투력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나의 만화책 사랑은 계속되었고, 어쩌다보니 일본 만화책도 많이 보게되었다.
그 중심에는 시티헌터와 슬램덩크, 그리고 열혈강호가 있었다.
To be continued
P.S> 어… 이거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지네… 내가 이걸 왜 쓰기 시작한거지??? 나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