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도봉산 – 도봉산역, 신선대, 사패산 (2019년 9월 1일)
전날 (8/31) 관악산을 다녀왔는데 연속으로 등산을 하는게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두가지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는데
- 전날 등산을 한 것은 fact이지만 별로 힘들지가 않았다.
- 개인적으로 약속한바가 있는데 오늘이 마감이다. (확실히 약속은 무섭다.)
어디로 갈까는 항상 고민인데, (물론 갈곳 리스트는 넘친다.) 이것도 고름에 있어 몇가지 기준이 생겼다.
- 날씨도 좋으니 명산으로 가자.
- BAC 명산 100 중 한 곳으로 가서 인증을 하자.
- 전에 간 산 이상의 산으로 가자.
근교의 산 (불곡산, 영장산, 광교산, 청계산, 관악산)은 자주 많이 갔으니 새로운 곳으로 가야겠는데, 딱 생각난 곳은 도봉산이었다. 북한산 옆에 있는, 엄마같은 포근한 명산 도봉산. 거리가 좀 멀기는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기도 편하니 별 고민없이 바로 결정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산책을 나가는데 오늘은 산책 대신 바로 등산이다. 그것도 조금 더 일찍…
물 1L * 2, 집에 남은 김밥, 간식 (견과류, 초콜릿, 떡 등)을 챙겨 배낭에 넣고 아침 6시에 집을 나선다.
수내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쭉 올라가다가 강남구청역에서 7호선으로 환승을 해서 도봉산역 7호선에서 내린다. 지하철로 정확히 1시간 30분이 걸린다. 도봉산 역에 내려 걷기 시작한 시간이 7시 30분이다.
도봉산 역에서 나와 수많은 맛집을 지나 도봉탐방지원센터로 향한다.
전에는 우이암쪽으로 돌아서 정상에 갔었는데, 오늘은 천축사 쪽으로 직행(?)한다.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좋으니 오늘 코스는 포대능선을 거쳐 사패산까지 가는 것으로 목표를 잡아본다.
도봉산도 많이 정비를 한 것 같다. 천축사까지 가는 길이 예전과 달리 계단길로 새로 닦여진 것 같다.
천축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쉴 수 있는 갈림길이 나와서 그곳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마당바위가 있는 곳에서 관음암과 신선대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물론 관음암으로 가도 신선대로 갈 수 있다. 돌아서 가느냐, 직접 가느냐의 차이이다. 관음암은 예전에 갔었는데 태조 이성계가 기도를 드렸던 사연이 있는 곳이란다. 오늘은 직접 신선대로 간다.
마당바위에서 신선대로 직접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른 오르막이다. 눈 앞에 정상이 보이니 가파른 것은 당연하다. 땀을 바가지로 쏟으며 낑낑 힘들게 오르는데 저 앞에 살짝 캐쥬얼한 법복을 입고, 상의 주머니에 스마트폰과 작은 물통을 넣은 채 산을 내려오는 여학생들이 보인다. 아마도 천축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하는 모양이다. 인사를 하고 템플스테이 중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참 좋을 때다. 그 젊음과 상쾌함이 참으로 부럽다. 우리 애들도 데리고, 아니 우리 가족 모두 함께 템플 스테이를 해보고 싶다. 가족들의 인식이 템플 스테이는 일종의 극기 훈련으로 알고 있어 거부감이 있는데 해보지 않고 알 수 있을까 싶다.
다른 절들은 절 입구까지 차도가 뚫려있어 차도 많이 들어오고, 참배객이 아닌 관광객들이 많아 절 같지 않고 시장 같은데 이곳은 산속에 있어 힘들게 걷지 않고는 못오는 곳이라 다른 절보다 훨씬 수양처답다.
정상에는 그리 많은 분들이 있지는 않았다. 각자 정상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풍경을 찍기도 한다. 내 앞에서 인증샷을 찍던 노부부 (70은 확실히 넘어보였다.)께서는 고수의 포스가 풍기는데, 그 분들도 BAC 등산복을 입고 인증 타월을 펼쳐서 사진을 찍으셨다. 그분들께 내 인증샷 사진을 부탁드렸는데, BAC 관련해서 얼마나 진행했냐고 물어보셔서 이제 4번째 인증이라고 하니, 할머니는 이곳이 93번째 인증지이고, 할아버지는 벌써 100대 명산 인증 다 하고, BAC Again을 진행중이라고 하셨다.
그 연세에도 이렇게 정정하게 산을 다니시는 것도 부럽고,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를 지속적으로 하시는 것도 부럽고, 인증을 이렇게 많이 하셨다는 것도 부러웠다. 나도 나중에 이분들처럼 멋지게 늙고 싶다. (가능할까?)
아쉽지만 신선대를 내려와 포대능선 쪽으로 향한다. Y자 계곡은 주말에는 일방통행 (신선대쪽으로 가는 방향만 진입 가능) 이어서 우회로로 간다.
능선 따라 은근한 내리막을 걷기에 전혀 힘들지 않고 룰루랄라 신나게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걸으면 어느새 사패산에 다다른다. 사패산 정상은 넓직한 바위로 되어있고, 마지막은 깔딱 오르막을 줄 잡고 올라야한다. 사패산에 오르면 도봉, 북한산이 넓게 눈앞에 펼쳐져있다.
사패산을 내려와 길을 따라 걸으니 안골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여 그리로 간다. (예전에도 갔던 코스다.)
꽤 많은 길을 걸은 것 같은데 총 등산 시간이 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등산은 하루를 짧게 한다고 하던데 등산하는 시간만 보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아침에 들머리 도봉산역의 무수한 맛집을 지나치면서 봤던 맛있는 먹거리들이 눈에 삼삼해 도봉산역에 다시 들러 뼈없는 닭발, 돼지껍데기, 홍어무침, 순대모듬, 오소리감투 등 안주거리를 사와서는 오후에 변사또 산악회 멤버들과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정말 즐겁고 만족스러운 도봉산 산행이었다.
다음엔 또 어딜가지? 행복한 고민이다… 🙂
2019년 등산 기록
- 광교산 (2월 23일)
- 청계산 (3월 17일)
- 분당 불곡산 (3월 23일. 수내동 -> 불곡산 -> 태재고개 -> 영장산 -> 율동공원)
- 관악산 (3월 31일. 사당 -> 연주대 -> 서울대)
- 광교산 (4월 7일.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관악산 (4월 13일. 과천향교 -> 연주대 -> 관음사 -> 사당)
- 관악산 (4월 20일. 과천 육봉 -> 연주대 -> 사당)
- 분당 불곡산 (4월 28일. 수내동 <-> 불곡산)
- 관악산 (5월 1일. 과천 초등학교 -> 연주암 -> 연주대 ->과천향교)
- 청계산 (5월 18일. 판교도서관 -> 국사봉 -> 이수봉 -> 옛골)
- 분당 불곡산 (6월 6일. 수내동 <-> 불곡산)
- 북한산 (6월 8일. 불광역 ->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대동문 -> 백운대 -> 우이동)
- 가평 유명산 (6월 15일. 유명산 자연휴양림 -> 유명산 정상 -> 자연휴양림 산책로 -> 휴양림)
- 관악산 (6월 16일. 과천향교 -> 연주대 -> 과천향교)
- 분당 불곡산 (6월 30일. 수내동 <-> 불곡산)
- 도봉산 (7월 7일. 송추계곡 <-> 여성봉 <-> 오봉)
- 분당 불곡산 (7월 27일. 수내동 <-> 불곡산)
- 분당 불곡산 (8월 4일. 수내동 <-> 불곡산)
- 분당 불곡산 (8월 10일. 수내동 <-> 불곡산)
- 청계산 (8월 11일. 원터골 -> 옥녀봉 -> 매봉 -> 이수봉 -> 옛골)
- 소백산 (8월 15일. 다리안 야영장 -> 천동탐장지원센터 -> 천동쉼터 -> 비로봉 원점 회귀)
- 북한산 (8월 18일. 진미집 -> 삼천사 -> 사모바위 -> 비봉 -> 사모바위 -> 응봉능선 -> 진미집)
- 관악산 (8월 31일. 사당역 -> 연주대 -> 연주암 -> 연주대 -> 사당역)
- 도봉산 (9월 1일. 도봉산역 -> 천축사 -> 신선대 -> 포대능선 -> 사패산 -> 안골) (이번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