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소백산 (2019년 8월 15일)
2019년 21번째 등산
소백산은 여러번 와보았다. 이번에 갈 천동지구에서의 등산도 2번 했고, 2017년에는 희방사 코스로 비로봉까지 갔다가 연하천 대피소에서 1박을 하기도 했다.
이곳 다리안 야영장에서의 캠핑은 5번 이상 한 것 같다.
이번에도 묘하게 소백산이 나를 불러서 한달 전에 일찌감치 야영장 예약을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한다. 살고 있는 분당에서 광주/원주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니 2시간도 안되어 도착한다.
가다가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해야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먹을 곳도 마땅치 않아 식사를 못한채로 목적지인 다리안 야영장에 도착했다. 야영장에는 전날 캠핑을 한 몇몇 가족만 보이고 전체적으로 데크가 비어있다.
전체적으로 새단장을 하여 예전과는 데크배치, 분전반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촉촉히 비에 젖은 메타세콰이어 나무 아래에 있으니 숲의 향기와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이 맛에 캠핑하고 등산을 하지.
빈 속에 등산을 할 수는 없어 사발면이라도 하나 끓여 먹기 위해 주섬주섬 짐을 꺼낸다. 내가 예약한 18번 데크에서 사발면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짐을 챙겨 출발한다. (배낭 안에는 떡, 과일, 견과류 등이 있어 부족한 영양분을 등산하며 보충하였다.)
일기예보에서는 비 소식이 있지만 비의 양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혹시나 싶어 배낭커버와 우비를 준비했다. (잘한 선택이었다. 산은 기후 변화가 심해서 도심과 날씨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등산 중반부터 내린 비는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되었다.)
다리안 관광지를 들머리로 하는 소백산 등산은 청정 천동계곡을 끼고 오르는 코스로 정상인 비로봉까지는 편도 6.8km, 시간으로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으로 어려운 구간이 없다. 정상 바로 못미쳐있는 천동 삼거리까지는 계속 일직선 코스로써 걷는 재미는 있지만, 보는 재미는 별로 없는 코스이다. (걷는 재미, 보는 재미는 희방사 코스가 아주 좋다.)
비 예보도 있고, 이른 시간이어서 등산객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무성한 숲 밑에서 걸어서 가랑비에는 별 영향이 없었는데, 점차 빗방울이 굵어진다. 배낭커버를 꺼내서 씌우고, 우비를 꺼내 입는다. 이렇게 등산 중간에 시작한 비는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몇몇 분은 우비를 챙겨오지 않았는지 그냥 비를 쫄딱 맞으며 등산을 하기도 했으나 체온저하가 될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
우비 덕에 행동은 불편하지만 쏟아지는 비에도 끄떡없이 등산을 계속할 수 있었다. 최근 몇년 동안 이렇게 비를 맞아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온 몸으로 비를 맞을 때의 상쾌함이라니… 문득 어렸을 적에 비를 맞으며 축구할 때가 생각났다. 비 맞으며 축구하는 것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
이제부터 오르막은 거의 없이 능선따라 비스듬히 정상까지 올라가면 된다. 시야는 없지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룰루랄라 여유있고 신나게 정상을 향해 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데, 계단을 하나둘셋넷 세며 오르다보니 불현듯 정상에 도착했다. 전에 왔을 때에는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서 있었는데, 소백산 비로봉 정상에 사람이 나 말고는 하나도 없을 줄이야… 정상석에서 인증샷도 찍고, 주변도 돌아보며 정상에서의 기쁨과 여유를 만끽한다.
역시 전망은 시야제로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비가 계속 내리고 그 빗방울이 스마트폰 액정에 묻으니 스와이프나 클릭이 잘 되지 않는다. 내가 누르지 않아도 다른 곳이 클릭이 되기도 한다. 빗방울을 손가락으로 인식하나…? 비가 내리는 힘든 상황에 사진 찍기가 매우 어려웠다.
나 홀로 비오는 소백사 비로봉 정상에서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둘러보며 한참을 즐겼다. 비가 내리고 아무도 없어서 더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이 순간은 나 홀로 비로봉을 전세낸 것이다. 내려가기 아쉬운데 비가 점점 세지고 추워져서 움직여야한다.
다 내려와서는 비가 좀 그치면 텐트를 치려했는데,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옷도 젖고, 신발도 젖고, 배는 고프고 몸은 춥다. 차 안에서 젖은채로 낮잠도 좀 자보지만 비는 그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텐트를 후딱 쳤다. 작은 텐트이고 이제는 워낙 익숙해서 금세 친다. 타프를 먼저 치고 텐트를 친다. 빗물이 흘러내려가도록 타프 경사를 만드니 흘러 내리는 빗방울에 캠핑의 낭만이 더 깊어진다.
이렇게 2019년 21번째, 소백산 비로봉 등산도 무사히, 즐겁게 마쳤다.
다음은 변사또 산악회에서 함께 가는 북한산행이다.
등산은 언제나 즐겁다… 🙂
2019년 등산 기록
- 광교산 (2월 23일)
- 청계산 (3월 17일)
- 분당 불곡산 (3월 23일. 수내동 -> 불곡산 -> 태재고개 -> 영장산 -> 율동공원)
- 관악산 (3월 31일. 사당 -> 연주대 -> 서울대)
- 광교산 (4월 7일. 반딧불이 화장실 <-> 형제봉)
- 관악산 (4월 13일. 과천향교 -> 연주대 -> 관음사 -> 사당)
- 관악산 (4월 20일. 과천 육봉 -> 연주대 -> 사당)
- 분당 불곡산 (4월 28일. 수내동 <-> 불곡산)
- 관악산 (5월 1일. 과천 초등학교 -> 연주암 -> 연주대 ->과천향교)
- 청계산 (5월 18일. 판교도서관 -> 국사봉 -> 이수봉 -> 옛골)
- 분당 불곡산 (6월 6일. 수내동 <-> 불곡산)
- 북한산 (6월 8일. 불광역 -> 족두리봉 -> 향로봉 -> 비봉 -> 문수봉 -> 대남문 -> 대동문 -> 백운대 -> 우이동)
- 가평 유명산 (6월 15일. 유명산 자연휴양림 -> 유명산 정상 -> 자연휴양림 산책로 -> 휴양림)
- 관악산 (6월 16일. 과천향교 -> 연주대 -> 과천향교)
- 분당 불곡산 (6월 30일. 수내동 <-> 불곡산)
- 도봉산 (7월 7일. 송추계곡 <-> 여성봉 <-> 오봉)
- 분당 불곡산 (7월 27일. 수내동 <-> 불곡산)
- 분당 불곡산 (8월 4일. 수내동 <-> 불곡산)
- 분당 불곡산 (8월 10일. 수내동 <-> 불곡산)
- 청계산 (8월 11일. 원터골 -> 옥녀봉 -> 매봉 -> 이수봉 -> 옛골)
- 소백산 (8월 15일. 다리안 야영장 -> 천동탐장지원센터 -> 천동쉼터 -> 비로봉 원점 회귀) (이번글)
- 북한산 (8월 18일. 진미집 -> 삼천사 -> 사모바위 -> 비봉 -> 사모바위 -> 응봉능선 -> 진미집)